수수하지만 굉장한 롯데 레일리, 에이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입력 2019-06-30 2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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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롯데 레일리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31)는 KBO리그에서 5년째 뛰고 있는 장수 외국인 투수지만 10개구단 전체를 놓고 봤을 때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장하는 초특급 투수의 범주에 들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꾸준하다. 시즌 초반 부침을 겪다가도 한 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지난 4시즌(2015~2018시즌) 가운데 2016시즌을 제외한 세 차례나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상대 타자들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투수는 기량 향상의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레일리의 꾸준함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매 시즌을 앞두고 레일리가 에이스로 거론되는 이유다.

올 시즌 롯데는 투타의 엇박자로 고전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에이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무게감은 굉장하다. 냉정히 말해 5월까지 레일리의 모습은 에이스와 거리가 멀었다. 타 구단의 1선발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만큼 압도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특유의 안정감이 살아났다. 6.2이닝 8안타 3볼넷 5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4승(6패)째를 거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4-0 승리)에선 상대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본궤도에 올랐음을 재차 입증했다. 최고구속 147㎞의 포심패스트볼(포심·24개)과 투심패스트볼(투심·25개), 컷패스트볼(10개), 슬라이더(24개), 커브, 체인지업(이상 14개) 등 다양한 구종을 뿌렸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우타자와 승부에서도 3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선방했다. 우타자 몸쪽으로 꺾이는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좋았다.

레일리가 6월 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승, 평균자책점 1.69(32이닝 6자책점)이다. 특히 이날 포함 선발 등판한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팀이 승리했다. 덕분에 웃을 날도 많아졌다. 이날은 고효준과 교체될 때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앞선 두산과의 두 차례 3연전에서 싹쓸이패에 울었던 롯데,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아쉬움을 위닝시리즈로 갚았다. 6월의 레일리는 그야말로 수수하지만 굉장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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