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 토종 골잡이’ 김신욱이 정든 전북 현대를 떠나 ‘은사’인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하이 선화로 향한다. 사진은 김신욱이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3-1 승리를 이끈 뒤 자신을 아껴 준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전북 현대
K리그 레전드로 남아 현역 여정을 마치고 싶다는 고민을 해온 김신욱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상하이 선화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주 전북과 상하이 선화의 이적 합의가 끝난 가운데 공식 발표만 남았다.
아시아 축구시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7일 “일부 절차가 남아있다. 취업비자 등 신변 문제가 정리된 이후 선수단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하이 선화의 입장이 확정되면 이적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 홈경기에 앞서 만난 전북 백승권 단장은 “국내 절차는 사실상 끝났다. 일부 문제가 남았고, 큰 폭의 선수단 리빌딩 중인 상대(상하이 선화)에서도 ‘잠시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전해오며 발표를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결정도 미룬 채 성남전에 집중한 김신욱은 전반 16분 왼쪽 풀백 이주용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시즌 9호(3도움)이자 K리그 통산 132번째 득점포.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소속 팀에 안긴 김신욱의 이별 선물에 1만3000여 홈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로 선수의 앞날을 축복했다. 득점 순간,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뒤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그는 후반 34분 이동국과 교체될 때에도 하늘에 영광을 돌리는 모션을 취해 마지막을 암시했다. 김신욱의 골로 3-1 승리한 전북은 승점 41로 하루 만에 선두를 되찾았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사실상 고별전을 치른 김신욱(왼쪽)이 성남전 종료 후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모라이스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감사했다”고 전달한 김신욱은 “이적의 뜻을 전했다. 두 구단(전북, 상하이)의 합류시기 조율만 남았다. 구단에 큰 자금을 안기고 가게 돼 다행스럽다고 여긴다. 한국축구를 빛내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은 2+1년이 유력한 가운데 상하이 선화가 전북에 지급할 김신욱의 몸값은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달한다. 연봉도 400만 달러(약 46억8000만 원) 이상이라는 게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한국 선수가 이만한 잭팟을 터트리고 해외 무대를 밟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북과 계약기간은 내년 말까지로, 1년 반 가량 남아있으나 김신욱은 현역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오래 전부터 지인들의 의견을 구하며 다음 스텝을 그렸다. 전북 잔류를 1순위로 염두에 둔 가운데 해외로 불가피하게 진출할 경우에는 일본과 중국이 아무래도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
물론 김신욱의 차기 진로가 중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009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안착했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은 K리그 우승(2017·2018)을 이뤘고, 입단 첫해 2012년 울산 시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김신욱은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과 국가대표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최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에 이어 1월 다롄 이팡, 또 상하이 선화까지 최 감독이 발걸음을 옮기는 구단마다 김신욱의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다만 공식 레터와 협상 테이블이 전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톈진은 루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다롄은 국인 스카우트 권한이 구단에 있었기에 최 감독은 한국 선수를 데려가고 싶어도 성사시킬 수 없는 구조였지만 약 2주 전, 오퍼를 전달해왔으나 최 감독의 거취가 갑자기 바뀌면서 결국 불발됐다.
많은 축구 인들은 “전북도 장사를 잘한 셈이고, 선수도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결과적으론 모두에 긍정적인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