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창단해 수많은 새로운 스타 선수를 배출한 경찰야구단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승안(맨 왼쪽) 제2대 감독은 2009년부터 마지막까지 경찰야구단을 이끌어 왔다. 스포츠동아DB
2005년 11월 스물두 살의 건장한 청년은 야구를 그만둬야 할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는다. 최형우(KIA 타이거즈)는 그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 야구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 경찰야구단이 1기 선수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에서 포지션을 포수에서 외야수로 바꿨고 최고의 타자로 다시 태어났다.
2006년 첫발을 내딛은 경찰 야구단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선수를 선발하지 못한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멤버’ 20명은 10일 서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종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하늘도 작별이 아쉬웠는지 오후 내내 비가 내렸고 오후 4시30분 경기는 취소됐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다시 편성되지 않는다. 경찰야구단은 올해 선수를 뽑지 못해 교류전만으로 퓨처스 팀과 경기를 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난달 30일 벽제경찰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홈 최종전도 치렀다.
경찰야구단 마지막 11기 20명은 8월 12일 전역한다. 앞으로 한 달여 동안 경기는 없다. 그러나 경찰 유니폼과 작별이 아쉬운듯 전역 전까지 단체 훈련을 함께할 예정이다.
2005년 KBO는 젊은 선수들이 특기를 살려 군복무 기간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경찰청과 야구단 창단을 함께 이뤄냈다. 경찰 야구단은 14년 동안 KBO리그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빼어난 타격 자질을 갖고 있었지만 짧은 송구에 문제가 있었던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이 없었으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처음 4년간은 2년 동안 함께할 동기생들을 2년마다 선발했다. 2010년부터는 매년 20여 명의 선수를 선발해 왔다. 1기 최형우에 이어 입단한 2기 멤버는 양의지, 원종현(이상 NC 다이노스),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이다. 양의지도 경찰야구단에서 큰 성장을 이뤘고 전역 후 두산에 복귀해 곧장 신인왕을 수상했다. 복무를 마치고 삼성에 다시 입단, 신인왕을 수상한 1기 최형우에 이은 쾌거였다. 허경민, 박건우(이상 두산), 민병헌(롯데) 등도 경찰야구단에서 2년을 뛴 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팀에 복귀했다.
홈구장 벽제야구장은 우측 펜스가 홈부터 90m, 좌측 98m, 중앙 113m의 아담한 야구장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경찰야구단 출신 투수들은 제구력이 크게 성장하고, 타자들은 장타를 치는 감을 배워온다’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김용철 감독이 초대 사령탑이었고 이어 유승안 감독이 2009년부터 지휘봉을 잡아 마지막까지 많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20명의 선수들은 모두 돌아갈 팀이 있지만 유 감독을 포함한 7명의 코칭스태프는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 NC 나성범의 친형인 나성용은 6기로 2013~2014시즌 경찰야구단에서 뛰었고 2017년 삼성에서 은퇴 후 지난해부터 경찰야구단으로 돌아와 코치로 데뷔하기도 했다. 다음 달 전역 후 NC로 복귀하는 김태군은 “경찰야구단 덕분에 계속 뛸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