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버킷리스트 이룬 윤진호, “3루타 하나 남았습니다”

입력 2019-07-10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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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윤진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뒤늦게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LG 트윈스 윤진호(33)는 내친김에 선수 인생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인 첫 3루타를 기다리고 있다.

윤진호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9회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09년 LG 육성선수로 출발한 뒤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홈런의 짜릿한 손맛이었다. 하지만 마음껏 기쁨을 표현할 수 없었다. 윤진호의 홈런으로 한 점을 보탰지만 팀은 여전히 4-11로 크게 밀려 있던 까닭이다.

“내가 타석에 나설 때는 팀이 크게 이기거나 질 때다. 홈런을 쳐 기분이 좋았지만, 크게 기뻐할 수는 없었다”는 윤진호지만 “그래도 타구가 너무 잘 맞아서 맞는 순간 담장을 넘어가는 걸 알았다. 혼자 속으로 좋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에 가서 홈런 치는 영상을 서른 번은 돌려봤다. 장난으로 ‘은퇴하기 전에 홈런 하나 쳐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는데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며 “3루타가 하나 더 남았다. 죽어라 한번 뛰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신 덕 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분위기가 두산에 모두 넘어간 상황에서 홈런을 쳤다. 동료들이 ‘진호가 홈런을 쳐서 분위기가 올라왔다. 내일은 우리가 무조건 이기겠다’고들 했다”며 “그런 점에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첫 홈런을 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다들 많이 축하해 주셨다”며 “(채)은성, (최)동환, (양)석환이에게서도 축하한다며 연락이 왔다. ‘내가 나이는 잘 먹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미소 지었다.

10일에는 기분 좋게 동료들에게 피자와 커피를 대접했다. 홈런을 치면 아내에게서 300만원을 받기로 내기를 해뒀는데, 마침내 홈런을 터트려 선물을 받았다. 윤진호는 “장난식으로 현수한테 한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홈런을 치면 300만원을 받으니 그 돈으로 피자를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홈런을 쳐서 피자를 사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아내와는 새롭게 내기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액수가 많이 낮아졌다”고 웃으며 “아내도 정말 좋아했다.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내기를 해주는데 항상 고맙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대수비의 역할을 맡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땀방울을 흘린다. 이에 유지현 수석 코치도 “(김)용의나, 진호 모두 팀에서는 선배의 위치다. 코치이자 선배로서 고마울 정도로 팀을 위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며 “늘 노력하는 둘에게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어떤 큰 효과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윤진호는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용의 형을 돕는 것 뿐”이라고 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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