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원상. 사진제공|kt wiz
KT 위즈가 베테랑 투수 유원상(33)을 영입했다. 그를 품은 KT도, 새 팀을 구한 유원상의 시선은 같다. KT 불펜에 관록을 더해 포스트시즌(PS)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KT는 4일 “유원상을 영입하고 외야수 김진곤의 보류권을 풀었다”고 발표했다. 유원상은 2006년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을 받아 LG 트윈스~NC 다이노스를 거쳐 13시즌간 프로에서 활약한 자원이다. 2014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돼 금메달 획득에 기여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유원상은 2020년 즉시 활용이 가능한 선수다. 중간 계투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산 성적은 394경기 출장해 32승51패56홀드6세이브, 평균자책점 5.16.
유원상은 2019시즌 종료 후 NC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KT가 곧장 그에게 손을 뻗었고 10월부터 약 40일간 진행된 KT의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이강철 감독과 박승민 투수코치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 코치는 유원상에게 높은 속구 구사율 증가를 주문했다. 어퍼스윙 위주의 트렌드에 유원상의 속구면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었다.
4일 연락이 닿은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포수 무릎 높이의 낮은 공 투구가 몸에 뱄다. 높은 속구는 그저 보여주기 식에 불과했는데 이 감독님과 박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2020년에는 코칭스태프의 조언대로 새로운 스타일로 타자를 상대하겠다”고 각오했다.
젊은 선수 위주의 KT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유원상은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또래인 하준호는 물론이고 20대 초반의 김민, 손동현 등이 유원상의 슬라이더에 관심을 보였다. 슬라이더의 장점만큼은 확실히 보여줬던 유원상은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아는 선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귀국길에는 대부분의 후배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동생의 존재도 한몫했다. 유민상(30·KIA 타이거즈)은 2016년부터 2년간 KT에서 활약한 바 있다. 유민상은 형의 KT 마무리캠프 합류가 결정된 뒤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 “우리 형 잘 부탁한다”고 미리 다리를 놨다. 유원상은 “(유)민상이의 성격이 워낙 좋지 않나. 덕분에 잘 적응한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