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양의지(32)는 명실상부한 KBO리그 현역 최고의 포수다.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투수 리드와 안정된 블로킹, 강한 어깨 등 포수의 기본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야수들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도 탁월하다. 2018시즌이 끝나고 NC와 4년간 총액 125억 원의 거액에 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포수 포지션의 특성은 양의지의 공격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포수는 수비부담이 상당한 포지션이다. 수비 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야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존재다. 그에 따른 부담감도 엄청나다. 실제로 공격력이 떨어지지만, 뛰어난 수비력과 강한 멘탈(정신력)을 지닌 포수가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의지는 4번타자를 맡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격력을 자랑한다. 풀타임 첫해인 2010시즌(당시 두산 베어스)부터 20홈런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뽐냈는데,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면서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졌던 올 시즌에도 118경기에서 타율 0.354(1위), 20홈런, 68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0.358)에 이어 2년 연속 0.3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데다 포수로서 능력치도 엄청나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의지에게 포수의 공격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공격력이 떨어지면) 연봉 계약할 때 불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어디든 마찬가지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4번타자에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들이다. 포수 입장에선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까지 잘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젊은 포수들에게는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양의지 본인도 2015시즌 132경기에서 타율 0.326, 20홈런, 93타점의 타격 커리어하이를 작성하면서 기존 2억 원이었던 연봉이 2016시즌 4억2000만 원으로 2배 이상 수직상승한 바 있다.
확실한 주전 포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도 타격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론이다. 타격이 약한 포수들은 승부처에서 대타로 교체되곤 하는데, 이는 한창 성장이 필요한 젊은 포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의 향방을 가늠할 승부처에서 마스크를 쓰고 리드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리드의 성공 확률까지 달라지는 포수 입장에선 실전에서 경험하는 투구, 아웃카운트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하다. 이는 일본프로야구의 레전드 포수로 통하는 후루타 아쓰야의 포수론과도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