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손혁 감독 “한 발자국만 더 가고 싶네요”

입력 2019-1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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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손혁 감독. 스포츠동아DB

“딱 한 발자국만 더 가고 싶어요.”

키움 히어로즈의 새 지휘봉을 잡은 손혁 신임 감독(46)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현역으로 뛸 때부터 최근 코치직을 마치기 전까지 차근차근 한 계단씩을 밟고 올라왔다.

1996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첫 해에 1승, 1997년에는 8승, 그리고 1998년에 처음으로 10승 투수가 됐다. 이듬해에도 두 자리 승수를 거뒀고, 이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2004시즌에 은퇴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107경기 36승31패, 평균자책점은 4.07이다.

지도자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손 감독은 미국에서 코칭 및 재활 트레이닝 교육을 받으며 착실히 제 2의 삶을 준비했다. 그리고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2009년에서야 한화 이글스 투수 인스트럭터로 지도자 첫 발을 내딛었다. 정식 코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금의 히어로즈에서 2014년부터였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SK 와이번스에서 투수코치로 재직하며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속보는 아니지만 느린 와중에도 천천히 다음 단계를 준비한 그가 이제는 한 팀의 감독이 되어 최전방에 설 기회를 잡았다. 손 감독은 팀의 수장이 되어서도 이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목표를 묻는 말에 돌아온 답은 “한 발자국만 더 가고 싶다”였다.

키움은 2019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이다. 현재까지 스토브리그 전력손실도 거의 없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그에게는 ‘우승’이라는 부담이 당연히 따른다. 그러나 손 감독은 이를 결코 피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키움 손혁 감독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손 감독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 혼자만의 부담이 아니다. 코치진과 선수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이 큰 부담을 모두 함께 나누자고. 감독, 선수, 프런트 누구도 부담을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냐고 묻자 “감히 우승이라는 말을 함부로 담지 못하겠다. 그저 지금보다 한 발자국만 더 가고 싶다는 말을 하겠다. 그 말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밝혔다.

아직 2020년이 되지 않았지만, 손 감독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고척스카이돔과 고양야구장을 쉴 새 없이 오가며 다방면으로 팀 전력을 분석 중이다. 손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항상 ‘시간이 금방 간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나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챙길 게 많다”고 했다.

투수 출신답게 투수진 운영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계획을 밝혔다. 손 감독은 “외국인선수들과 최원태, 이승호까지는 기존 선발 로테이션으로 보고 있다. 5선발이 문제인데, 한현희를 비롯해 다양한 후보군을 생각 중이다”고 설명했다.

막강 불펜진에는 안우진이 합류할 계획이다. 그는 “(안)우진이와 많은 대화를 했다. 내가 보기에는 불펜에서 공을 힘 있게 던지는 게 아직은 더 좋아 보인다. 구종을 완벽하게 추가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의 행보에는 ‘조급함’이 없다. 지금의 정중동에서는 그가 이제까지 쌓아온 삶의 내공이 느껴진다. 과거 코치로 히어로즈의 기반을 닦았던 ‘영웅’은 자신의 기반을 발판 삼아 한 발을 더 내딛을 수 있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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