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불발’ 기성용 사태…선수도, K리그도 모두 불행해졌다

입력 2020-02-11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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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최근 국내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스터 키’의 K리그 컴백이 결국 불발됐다.

국가대표팀 ‘캡틴’으로 활약한 기성용(31)은 11일 오후 자신의 에이전시를 통해 “FC서울과 전북 현대에 협상 종료를 고지했다.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두 구단들을 포함해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면서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앙금이 남은 듯 기성용은 배우자 한혜진(배우) 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거짓으로 내게 상처를 주지 말라. 나도 진실을 통해 네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날 갖고 놀지 말라”는 차가운 표현으로 불편했던 최근의 심경을 전했다.

● 오랜 침묵, 불행한 결말

기성용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 달여간 서울과 입단 협상을 진행했다. 서울은 그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몸담았던 친정이다. 기성용이 셀틱(스코틀랜드)으로 향할 때 협의한 ‘K리그 복귀 시, 서울에 돌아와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만남의 결과는 참담했다.

긴 논의가 무색하게 허무하게 끝났다. 이 과정에서 기성용은 큰 상처를 입었다. 구단에서 제시한 연봉도 형편없었고, 오랜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발언을 서울 측이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아닌, 구단의 태도에 기성용은 훨씬 큰 충격을 받았다. 선수의 한 측근은 “이 때 친정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을 (기)성용이가 확고히 굳혔다.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의 재정 상황을 잘 이해하는 선수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이후 기성용은 전북에 손을 내밀었다. 구단이 아닌, 선수가 먼저 접근했다. 모기업(현대차) 광고까지 포함된 확실한 대우를 보장받았지만 위약금에 발목 잡혔다. 당시 셀틱이 지불한 이적료 일부(100만 유로)를 선수에 전달하면서 서울 구단은 ‘(무조건 입단) 협의 위반 시, 200만 유로(약 26억 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협의서에 삽입했다. 전북이 한 발 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전북 측은 “얼마나 단단하게 동여맸던지 선수가 꼼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전북과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이 다시 움직였다. 외부에는 계속 ‘기성용과 계속 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그러나 조건이 조금 수정된 제안이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전부였다. 서울이 기성용과 접촉을 시도한 건 맞지만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깊은 상처에 서울의 만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에도, 전북에도 일체 연락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한 기성용 측은 짧고 긴 고민 끝에 11일 서울 관계자와 만나 “국내 어디로도 가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전했다.

● 최고의 흥행카드 잃어버린 K리그

한 시절을 풍미했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위를 떨친 기성용의 유턴은 K리그에게 큰 호재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잠재울 대단한 카드로 많은 축구 인들이 바라봤다.

그러나 서울이 자신들이 키운 스타를 스스로 품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성용도 현 시점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면서 아주 잠깐의 기대감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의 기성용은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 중이다. 지구촌 축구 몸값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그의 시장가치는 450만 유로(약 58억 원)다. 현재 FA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고 봤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이적시장 문이 닫힌 유럽 잔류는 어려워 보이나 ‘큰 손’ 중국·중동은 계속 손짓하고,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22일 이적시장이 공식 개장될 예정이라 새 팀을 찾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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