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미야자키 리포트] ‘컨트롤 아티스트’ 유희관 “더 떨어질 구속이 있겠나. 마흔까진 선수생활 하고파”

입력 2020-03-02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유희관이 24일 일본 미야자키 라그제히토츠바호텔에서 인터뷰를 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두산 베어스 유희관(34)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컨트롤 아티스트’다.

시속 130㎞대 초반의 느린 공으로도 장수할 수 있는 이유다. 포심패스트볼(포심)뿐만 아니라 싱킹패스트볼(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 모든 구종을 원하는 코스에 완벽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수다. 그 자체만으로도 유희관의 가치는 엄청나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구위만을 앞세운 투수와 견줘 위험요소가 적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유희관은 특별한 부상 없이 늘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믿음을 줬다. 스스로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이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돈 것이다. 2013시즌 처음으로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한 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느린 구속을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코스에 더욱 정교하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한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시선을 조금 다른 쪽으로 돌려봤다. 지금처럼 건강함을 유지한다면 유희관이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본인에게 직접 물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고.

유희관은 실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미디어데이 1선발’이라는 수식어로 따라붙는다. 방송계에선 지금도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고 싶은 선수 1순위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빨리 해설이나 하라”는 얘기도 듣곤 한다.

두산 유희관(오른쪽)은 구속은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이닝소화 능력이 뛰어나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가치를 더 가다듬고 있는 유희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1일 “나는 ‘공이 느리고 부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야구를 제일 오래 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빠른 공을 던지다가 구위가 떨어지면 맞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더 떨어질 구속도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선 야마모토 마사(55)가 2015시즌이 끝난 뒤 50세의 나이로 은퇴한 바 있다. 야마모토도 포심의 최고구속은 140㎞ 안팎으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공의 회전수와 탁월한 제구력을 앞세워 통산 219승을 달성했다. 비슷한 유형인 유희관은 얼마나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을까.

그는 “나는 계속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부상만 없다면 40살까진 선수생활을 해보고 싶다”며 “할 수 있는 만큼 정말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 냉정하게 50살까진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몸담은 두산 구단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새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그다. “주위에서도 ‘내가 다른 팀 어디에 가겠냐’고 한다. 두산에서 입단해서 쭉 뛰었으니 프랜차이즈로 두산에서 은퇴하는 게 내 꿈이다.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