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황윤호. 사진제공|기아 타이거즈
9일 대구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전에서 KIA 내야수 황윤호(27)가 마운드에 오르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면서 과거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사례는 종종 있다. 7일에도 삼성 외국인투수 벤 라이블리가 9회 2사 후 타석에 들어섰다. 포지션 교체 등으로 지명타자가 소멸되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닝제한 없이 끝장승부를 펼쳐야 하는 메이저리그(ML)와 달리 KBO리그에선 타자가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는 상황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1982년 출범 이후 39년간 투수로 등록되지 않은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총 5차례뿐이다. 1982~1986시즌 김성한(당시 해태)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해 이 사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초의 사례는 1985년 김재박(MBC 청룡)이었다.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자를 병살타로 요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고, 이어진 이닝에서 타선이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투수의 기쁨까지 누렸다.
2009년 5월 12일 잠실 SK 와이번스-LG 트윈스전에선 LG 최동수가 연장 12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양 팀 통틀어 무려 17명의 투수를 동원한 혈전이 벌어졌는데, 최동수는 10-16으로 뒤진 12회초 투수 우규민이 퇴장 명령을 받는 바람에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구 만에 박경완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임무를 완수했다.
SK 최정도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2009년 6월 25일 광주 KIA전 12회말 3루수에서 투수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는 슬펐다.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3루타, 이성우에게 볼넷과 도루를 허용하며 무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진 김형철 타석 때 포수 정상호의 포일로 결승점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해 9월 29일 수원 삼성-KT 위즈전에선 KT 강백호가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입단 당시부터 투타 겸업이 가능한 선수로 주목 받았고, 2018년 올스타전에서도 마운드에 오른 바 있어 깜짝 등판으로 보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당시 포심패스트볼(포심)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와 화제가 됐다.
9일 황윤호가 계보를 이었다. 팀이 2-14로 크게 뒤진 8회 2사 만루서 변시원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승부가 기울어진 데다 선발자원과 필승계투요원 전상현, 마무리 문경찬만 엔트리에 남아있던 터라 더 이상 투수를 소비할 수 없었던 KIA 입장에선 야수의 투수 등판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황윤호는 4구만에 박해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KBO 공식 어플리케이션에는 황윤호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1㎞로 표기되기도 했다. ML 출신 맷 윌리엄스 감독이었기에 이 같은 선택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포스트시즌까지 범위를 넓히면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2015년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 9회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