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감독 황선홍.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에는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 팀이 함께 출전한다는 점과 토너먼트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단판승부로 열리기 때문에 하위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잡는다거나, 아마추어 팀이 프로 팀을 물리치는 경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변은 FA컵의 묘미다.
이런 단판승부를 즐기는 국내 대표적 지도자가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52)이다. 감독생활을 하는 동안 모두 4차례나 결승에 올라 2번 우승, 2번 준우승했다.
선수시절에는 인연이 없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1996년 소속팀이 FA컵 초대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열린 아시안컵에 참가하느라 출전하지 못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수석 코치를 지낸 2006년 FA컵 우승을 경험한 이후 지도자로서 FA컵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처음 사령탑이 된 부산 아이파크에서 3년째를 맞은 2010년 FA컵 결승에 올랐다. 구단의 투자 부족으로 힘겹게 선수단을 꾸렸지만 황 감독은 단판승부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주목받았다. 결과는 준우승.
꽃을 피운 곳은 포항이다. 2012년 FA컵 결승에서 경남FC를 물리치고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 경기장에서 펑펑 울었다. 2013년에도 난적 전북 현대를 꺾고 2연패에 성공했다. 그 해 정규리그에서도 우승한 포항은 국내 최초로 더블(리그+FA컵 동반 우승)을 달성했다. 지도자 인생의 황금기였다. 당시 국내선수들로만 강력한 팀을 만들었다고 해서 흥선대원군에 빗댄 ‘황선대원군’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황 감독은 FA컵에 유독 강했던 이유에 대해 “리그와 달리 단판승부니까 한 경기에 승부처가 많다. 그게 모두 변수다”며 “난 승부욕이 강하다. 지면 바로 탈락인 반면 이기면 기분이 두 배로 좋아진다. 그런 긴장감이 좋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15일 홈에서 의미가 남다른 경기를 갖는다. 친정팀 FC서울과 FA컵 16강전을 앞두고 긴장감이 흐른다.
황 감독과 서울이 불편하게 헤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5시즌을 마치고 포항에서 물러나 쉬고 있던 황 감독은 2016년 여름 최용수 감독이 중국 장쑤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웠다. 맡자마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고, FA컵에서도 준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7년 5위로 처졌고, 2018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 내 불협화음 속에 부진을 거듭하다 4월 자진사퇴했다. 그 해 서울은 강등 위기까지 몰렸고, 최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돼 서울을 구하면서 두 감독의 희비가 교차했다. 이번에 성사된 이른바 ‘황선홍 더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다.
황 감독은 올해 기업구단으로 변신한 대전을 맡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대전은 2부리그에서 2위를 달리며 승격 희망을 키우는 중이다. 반면 서울은 힘겹다. 1부리그 10위로 처져있다. 그래서 이번 승부는 예측불허다. 황 감독은 “단지 한 경기일 뿐”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우리 팬들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