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코로나가 지울 20년간 419개 이야기의 신작

입력 2020-07-1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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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문수야구장. 스포츠동아DB

2010년대 들어 미국 메이저리그(ML) 수준의 신구장이 속속 지어지며 KBO리그 초창기를 함께했던 낡은 구장의 가치는 점차 떨어졌다. 1군 경기를 매일 치르지 않는 제2구장의 경우 더 그랬다. 하지만 제2구장 경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와 그곳이 지닌 역사적 의미는 분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 이야기들의 신작을 막아섰다.

논의조차 어려운 제2구장 경기
KBO는 야구저변 확대와 팬 서비스를 위해 1982년 출범 때부터 제2구장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갈수록 의미가 덜해지며 최근에는 삼성 라이온즈(포항구장), 롯데 자이언츠(울산 문수구장), 한화 이글스(청주구장)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제2구장 경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2구장 경기는 전체 일정의 20% 이내라는 KBO 지침 아래 구단이 재량껏 결정했다. 올해는 논의조차 어려워졌다. 무관중 경기가 원칙이라 야구가 없는 지역 팬들을 위한 서비스 자체가 무의미하고, 방역 시스템을 전부 새로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프로야구 경기가 많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선수단과 관계자의 동선분리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 것도 어려움을 키운다. 아울러 홈팀 선수들도 원정경기처럼 숙소를 쓰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늘어난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논의를 진행한 게 없다”고 밝혔고, 한화 관계자 역시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419개의 추억까지 사라지지 않길…”
지역 팬들은 물론 야구계 관계자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못내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19경기를 치른 제2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제2구장 경기가 지금보다 많았던 시절, 일부 지역에선 지역 유지들이 시구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응원단에게는 제2구장 경기가 두 배 이상 힘들다. ‘직관’이 생소한 팬들에게 응원가와 율동을 가르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소리를 내지르면서도, 새로운 팬들이 늘어난다는 데 기뻐했다. 야구가 있는 날이면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도 분명했다.

청주구장은 홈런이 많이 나와 한국의 ‘쿠어스필드’로 불린다. 2012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가 KBO리그 무대를 밟았을 때 데뷔전을 치른 곳도 청주구장이었다. ‘라이온킹’, ‘국민타자’ 등 별명이 많은 이승엽(은퇴)을 수식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포항 사나이’다. 이승엽은 포항구장 통산 39경기에서 타율 0.362, 15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최초 400홈런 대기록을 작성한 곳도 포항구장이었다. 지방 A팀 관계자는 “제2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는 것까지 ‘뉴 노멀’에 들어가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2구장도 내년부터는 철저한 시설 개보수로 수준을 끌어올려 다시금 추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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