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벤투호vs김학범호…한국축구의 형제 대결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입력 2020-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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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왼쪽)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U-23 대표팀이 9월 고양에서 2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의 변곡점 중 하나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이다.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출전선수 연령제한(23세 이하)이 시행됐다. 바꿔 말하면 이전 올림픽까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한국축구는 1980년대까지 국가대표팀(A대표팀)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모든 대회에 참가했다.

문제는 A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가 너무 많아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이다. 당시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국제대회가 즐비했는데, A대표팀이 모두 소화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게 국가대표 1·2진 체제다. 주요 대회는 1진이 나가고, 나머지는 2진이 출전했다.

2개의 대표팀이 운영되면서 자연스럽게 평가전이 열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1·2진 개념의 평가전이 처음 열린 건 1962년 8월이다.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대표팀(1진)과 메르데카대회 출전 팀(2진), 군인축구대회 참가팀(3진) 등이 효창운동장에 모여 평가전을 치렀는데, 1진이 2진을 2-0으로 이겼다.

1964년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1진이 메르데카대회에 출전하는 2진과 3차례 평가전을 가져 2승1패를 기록했다. 1969년 멕시코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두고는 1진이 2진을 4-0으로 크게 눌렀다.

우리에게 친숙한 청룡(1진)과 백호(2진)가 탄생한 건 1970년이다. 국가대표팀의 인력 풀을 넓히고, 건전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년간 상설 운영됐다. 1970년 9월 평가전에서는 1진이 2진에 1-2로 지는 바람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축구가 1971년 10월 뮌헨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청룡과 백호 체제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화랑(1진)과 충무(2진)가 등장하는 건 1976년이다. 이는 1980년까지 운영되면서 모두 13번의 평가전이 열렸는데,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관심이 뜨거웠다. 1진이 8승3무2패로 우위를 점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1981년 이후 국제대회 참가 요청건수가 줄어들면서 이 체제도 유명무실해졌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4년엔 월드컵(1진)과 올림픽(2진)을 대비한 체제가 생겼다. 특히 2진은 1983년 멕시코세계청소년대회 4강 신화를 쓴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려져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양 팀의 평가전은 1진이 2승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1986년 멕시코월드컵이 끝나고 올림픽 개막을 앞둔 1987년, 1진이 88올림픽을 준비하면서 2진은 사라졌다.

1·2진이 한꺼번에 출전해 맞붙은 대회도 있었다. 1987년 열린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에 1진과 2진이 함께 참가해 준결승에서 맞붙었는데, 1진이 3-1로 이겼다.

연령제한이 처음 도입된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대표팀은 1·2진 개념 대신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으로 구분된 가운데 첫 평가전은 1996년 4월 21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아시안컵을 대비한 박종환 감독의 A대표팀에는 홍명보, 황선홍, 하석주, 김도훈, 유상철 등이 나섰고, 애틀랜타올림픽을 준비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의 U-23대표팀에는 최용수, 윤정환, 최성용, 이기형, 이상헌 등이 출전했다. 5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본 경기에서 A대표팀이 2-1로 이겼다.

이로써 현재까지 1진과 2진의 평가전(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 평가전 포함)은 1진이 19승5무5패로 앞섰다.

오는 9월 또 한번의 ‘형과 아우의 대결’이 펼쳐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이 A매치 기간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성사됐다. 코로나19로 예정된 A매치가 미뤄졌고, 도쿄올림픽도 1년 연기되는 등 비상 상황 속에서 대한축구협회가 기획한 이벤트다. 형제의 맞대결은 1996년 이후 24년 만이다.

경기장에서는 나이도, 계급도 필요 없다. 오직 실력뿐이다. 형의 자존심과 동생의 도전이 맞붙는 가운데 특히 벤투 감독은 기존 A대표팀 멤버의 기량 점검은 물론이고 신예 발굴에도 신경을 쓸 예정이어서 승부는 뜨거울 전망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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