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LG 라모스 4연속경기 홈런과 자제력의 중요성

입력 2020-08-23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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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의 퍼즐이 차츰 맞춰지고 있다. 5월에 보여준 엄청난 기세가 갑자기 사라져 큰 걱정을 샀던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가 8월 초반의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기미다. 1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4연속경기 홈런이다. 아직 5월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6~7월 43경기에서 9홈런, 45안타, 25타점을 기록하는 동안 51개의 삼진을 당했던 라모스는 8월 초반 1할대의 타율에 허덕였다. 선수의 기량에 대해선 좀처럼 얘기하지 않는 류중일 감독조차 걱정하던 때다. 11일 잠실 KIA전에서 삼진 4개를 먹고 난 뒤였다. 류 감독은 “5월과 비교하면 선구안이 나빠졌다. 좋을 때는 하이볼을 치지 않고 낮은 공만 잘 쳤는데, 지금은 하이볼을 자꾸 치려고 한다. 공을 낮게 보라고 얘기했는데, 0.4초 안에 들어오는 공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구안은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5월의 폭풍질주가 끝날 무렵 상대 투수들은 라모스 공략법을 찾았다. 공격적 성향의 타자에게 원하는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 대신 몸쪽을 파고들고, 하이볼을 던져 배트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이럴 때 타자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력이지만, 라모스는 이 능력이 부족했다. 상대 투수의 의도적인 볼마저 굳이 치려고 덤볐다. 그러다보니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졌고, 삼진이 늘었다.

타자의 절제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주로 쓰이는 것이 4구 대비 삼진 비율이다. 라모스는 이 비율이 5월 1.8을 기록했지만 2.5(6월)~3.0(7월)으로 치솟았다. 8월에는 22일까지 3.7이지만, 최근 4연속경기 홈런을 치는 동안에는 삼진이 줄었다. 시즌 전체로 봤을 때 라모스는 4구 36개, 삼진 95개로 이 비율이 2.64다.

올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 6명의 4구 대비 삼진 비율을 살펴보면 프레스턴 터커(KIA·0.89)~최정(SK 와이번스·1.06)~박병호(키움·1.96)~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2.63)~라모스(2.64)~나성범(NC 다이노스·2.83)의 순이다. 터커가 유일하게 삼진(41개)보다 4구(46개)를 많이 얻었고, 최정은 약 1대1의 비율(4구 52개·삼진 55개)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삼진(102개)을 먹은 박병호(4구 52개)보다 라모스의 4구 대비 삼진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4구를 골라내는 대신 볼에 배트를 휘둘렀다는 얘기다.

라모스가 LG의 ‘가을야구’에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의 여부는 얼마나 많이 4구를 고르면서 자신의 공만 치느냐에 달려있다. 장타력은 걱정할 일이 없기에 배트에 맞혀서 그라운드 안으로만 공을 집어넣으면 라모스는 정말 무서운 타자다. 물론 세상 다른 일들처럼 자제력을 높이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잠실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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