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3루수 한동희(21)는 해마다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극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동희는 13일까지 올 시즌 12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 14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68. 풀타임 3루수 중 OPS 5위이니 리그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한동희가 2018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입단한 3년차 선수임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동희보다 OPS가 높은 선수들은 박석민(35·NC 다이노스), 최정(33·SK 와이번스), 황재균(33·KT 위즈), 허경민(30·두산 베어스) 등 모두 30대 초중반 선수들이다. 불과 21세의 한동희가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며 이들 바로 뒤의 공격생산력을 보인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4년부터 만 21세 이하 3루수가 30경기 이상 출장한 사례는 6차례뿐인데, 한동희는 입단 첫해인 2018년부터 해마다 자리했다. 그 외에는 2018년 최원준, 류승현(이상 KIA 타이거즈), 2020년 노시환(한화 이글스)뿐이다. 한동희의 올 시즌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0.52로 대체선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3루수로 100경기 이상 뛴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이보다 높다.
스포츠투아이 집계 이전으로 범위를 넓혀도 고교 졸업 3년 만에 프로에서 주전으로 뛴 3루수는 많지 않다. 한동희보다 앞서 그 길을 걸었던 선수들은 최정, 홍현우(해태 타이거즈), 이범호(한화) 등으로 모두 KBO리그 대표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한동희의 현재에 조급함을 느끼기보다는, 미래에 기대를 품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이미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아직 기복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7월 19경기에서 타율 0.294, 7홈런으로 최고의 한 달을 보냈지만 이후 61경기에서 5홈런에 그쳤다. 여전히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나 스플리터 등 변화가 심한 공에는 약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속구에 대한 강점은 리그 최상위급 타자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타구속도가 해마다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리그를 지배하는 파괴력은 아니니 성장세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동희는 묵묵히, 우직하게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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