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쓰러지지 않은 전북, ‘재난지원센터’ 오명 딛고 대역전

입력 2020-1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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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전북이 통산 8번째이자 K리그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들이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전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과 함께 사상 첫 K리그 4연패, 통산 8회 우승을 달성한 전북 현대에는 한때 달갑지 않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긴급 재난지원센터’라는 오명이다. FC서울, 수원 삼성 등 기업구단들에 꾸준히 치명상을 입히고도 도·시민구단들에는 지나치게 많은 승점을 ‘선물’해서다.

전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38라운드에서 27라운드로 줄어든 올 시즌 K리그1(1부)에서 ‘5번이나’ 패했다. 지난해에는 3차례, 2018시즌에는 4번만 졌다.

더욱 쓰라린 사실은 이 과정에서 과거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천적’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김병수 감독의 강원FC가 전북에 2전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12월 1일 전주에서 치른 최종 라운드에서 전북에 0-1로 져 상대의 7번째 대관식을 지켜본 김 감독은 “(2위로 마친) 울산에 미안하다”는 소감을 전했으나, 올 시즌에는 마음의 짐을 짊어질 이유가 없어졌다. 울산과 2경기는 다 내줬지만, 전북은 확실히 잡았다.

전북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등권을 헤맨 성남FC에도 유독 약했다. 1무1패로 아주 초라했다. 선두 추격을 위해 승점몰이가 절실했던 9월 5일, 탄천종합운동장 원정경기에서 당한 0-2 패배는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연고지를 경북 김천으로 이전하며 내년 K리그2(2부) 합류가 확정된 상주 상무에도 1패를 안았다.

전북 관계자들은 “1무3패에 그친 강원전과 성남전 중 최소 한 번은 잡거나 한 경기 정도만 비겼더라면 이렇게 끔찍한 레이스를 반복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수년간 영광의 꽃길만 걸었던 전북에 그만큼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긍정적 상황이 열렸다. 정규 라운드(팀당 22경기) 이후 펼쳐진 파이널 라운드 그룹A(1~6위)에 강원과 성남이 모두 합류하지 못한 것이다. 껄끄러운 상대들을 모두 피하게 된 전북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철군단’이 비수를 꽂았다. 전북은 지난달 3일 안방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1로 패했다. 원정팀을 압도했지만, 골 운이 지독히도 따라주지 않았다. 시즌 종료를 3경기 남겨두고 일격을 당한 전북은 이 시기, 울산과 격차가 다시 승점 3으로 벌어져 자력 우승을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자 기적이 일어났다. 25라운드에서 포항이 울산의 덜미를 낚아채며 1·2위의 승점이 같아졌고, 전북은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치러진 26라운드 맞대결에서 울산을 1-0으로 꺾고 마침내 순위를 맞바꿨다.

전북 특유의 ‘역전 본능’이 발현됐다. 2018시즌 모라이스 감독에게 바통을 물려준 최강희 전 감독(상하이 선화)은 “일찌감치 치고 나가는 완벽한 선두 레이스가 아니라면 1~3점 안팎으로 계속 1위를 추격해 압박하다가 시즌 종료 2~3경기를 남기고 위치를 바꾸는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는데, 올 시즌의 전북이 그랬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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