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30)은 2020시즌을 무척 뜻 깊게 보냈다. 빈틈없는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 3할 타율(0.300·527타수 158안타)을 달성하며 공수겸장의 이미지를 심었기 때문이다. 1142이닝 동안 481차례의 수비 기회에서 92.1%의 타구처리율(23내야안타·15실책)을 기록한 것과 141경기에서 타율 0.300, 10홈런, 71타점, 20도루, 출루율 0.362를 찍은 타격 성적 모두 흠 잡을 데 없다. 이를 통해 LG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주역으로 기여했다.
가장 큰 가치는 꾸준함이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다. 개막전부터 단 한 차례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지 않았고, 발에 사구를 맞아 3경기에 결장한 것이 전부다. 전 경기(144경기)에 출장한 2018시즌에 이어 2번째로 140경기 이상 나섰고, 성적까지 따라오니 움직임은 한층 경쾌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에 힘이 떨어지고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지친 측면이 있었다”고 했지만, 올 시즌을 통해 이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올해 7~8월 48경기에서 타율 0.293(191타수 56안타)으로 선방한 뒤 9월 이후에는 타율 0.343(178타수 61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것이 그 증거다.
오지환은 “경기에 빠지지 않고 최대한 많이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든 것이 최대 수확”이라며 “트레이닝 파트에 감사드린다. 역시 선수라면 최대한 빠지지 않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사구로 인해 3경기에 결장했지만, 책임감을 갖고 그 이상은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명 유격수 출신 류중일 LG 감독도 오지환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그는 “야구 잘할 시기가 있다”며 “오지환은 이제 야구를 잘할 나이다. (감독으로) 삼성 라이온즈 시절 봤던 오지환과 비교하면 공격과 수비 모두 그림이 정말 다르다”고 칭찬했다.
정규시즌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오지환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팀이 시즌 막판 4위로 밀려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르게 됐지만, 가을야구 무대에서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다. ‘3할 타율 유격수’란 타이틀은 잠시 잊기로 했다. 그는 “3할 타율은 사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며 “역시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 선배께 ‘(정규시즌이) 마지막 잠실 경기가 아니었다’고 말씀드렸고, 동료들과도 한국시리즈까지 가자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