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최태웅 감독의 자존심 발언과 현대캐피탈의 딜레마

입력 2020-11-0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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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번째다. 2020~2021시즌 V리그 1라운드에서 또 ‘자존심’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10월 31일 도로공사전에서 2세트까지 일방적으로 몰리자 타임아웃 때 “자존심도 없냐. 저 점수를 봐라”고 한 것이 첫 번째다. 이번에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다. 4일 대한항공과 홈경기 도중 “언제까지 다우디만 믿고 할 거야.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며 국내선수들의 투지를 요구했다.

10월 31일 한국전력과 풀세트 혈투에서 35득점을 기록한 다우디는 체력이 떨어진 듯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평소보다 힘들어했다. 공격성공률은 63%에서 44%로 추락했고, 20득점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센터 신영석과 최민호는 공격점유율 16%, 합작 12득점으로 부진했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배구는 지난 시즌과 많이 달라졌다. 최 감독은 외국인선수에게 ‘올인’하지 않고 다양한 공격옵션을 이용해 좌우의 공격균형을 맞추는 한편 팀의 전통인 좋은 센터를 활용한 화려한 배구를 추구해왔다. 성공 가능성도 자주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다우디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10월 20일 우리카드전이 상징적이다.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시즌 첫 경기에서 다우디는 30득점, 공격성공률 62%로 원맨쇼를 펼쳤다. 공격점유율은 57%였다. 이겼지만 이런 형태의 경기는 최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날 신영석의 속공득점은 한 개에 그쳤다.

4일까지 시즌 5경기에서 다우디는 245차례 공격을 시도해 53%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반대편 레프트에선 박주형-이시우-송준호가 197차례 공격했고, 중앙에서 신영석-최민호는 98번의 속공을 구사했다. 공격성공률은 박주형 30%, 이시우 49%, 송준호 61%다. 신영석과 최민호도 각각 50%, 52%를 기록했지만 센터로는 그리 높지 않다.

세터 김형진의 입장에서 보자면 레프트로 가는 공에서 성공률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다우디만 바라보게 된다. 중앙에서 최민호와 신영석이 김형진을 도와야 하는데,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속공 시도가 줄고 김형진이 마음 놓고 속공을 구사할 만큼의 여유도 보이지 않는다. 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4일 경기 후 “선수들이 지면 화를 내야 하는데 내 눈치만 보려고 한다. 선수들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감독의 생각과 선수들의 행동에서 뭔가 엇박자가 난다는 뜻이다. 신영석과 최민호를 빼고 경기를 진행하는 등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주려는 듯했다.

눈앞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현대캐피탈 방식의 배구를 하겠다는 최 감독의 꿈은 어떤 결말을 낳을까.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은 7일 의정부에서 KB손해보험과 1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KB손해보험은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개인기량에 많은 것을 건 배구를 택했고, 지금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몰입과 균형의 충돌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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