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주장이라니” 오재일이 전한 또 하나의 자부심

입력 2020-11-05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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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오재일(34)은 9월 9일 오재원(35)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올해 잦은 부상에 부진까지 겹쳐 정규시즌 55일간(부상자명단 포함) 1군에서 이탈했던 오재원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완장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주장직을 넘겨받았을 당시 타격 부진에 허덕이던 터라 더욱 그랬다.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포지션. 그러나 오재일은 그 압박을 슬기롭게 이겨냈다. 9월 한 달간은 부담이 컸던지 타율 0.195(87타수 17안타), 3홈런, 13타점으로 부진했지만, 10월 들어선 타율 0.367(79타수 29안타), 2홈런, 19타점으로 반등했다. 엉켰던 사슬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주장직을 수행하는 노하우도 얻었다. 완장을 대하는 자세 또한 달라졌다. 부담이 아닌 자부심이다. 특히 ‘팀 베어스’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오재일은 2012시즌 초반 히어로즈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부터 기량을 꽃피웠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2015시즌), 100경기 출장·20홈런(2016시즌), 규정타석 3할 타율(2017시즌) 등의 단계를 밟으며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팀의 핵심타자로 거듭났다. 두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강팀 두산 베어스의 주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감사하다”며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주장을 맡았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성적이 나면서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외향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오재원을 대신할 ‘캡틴’으로 오재일을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 시즌 막판 팀이 부진에 빠졌을 때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강팀인데 이대로 무너지면 슬프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전하며 힘을 불어넣고, 세리머니를 제안하기도 했다. 처진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파이팅을 불어넣는 것도 캡틴의 역할 중 하나다. 오재일은 잘 해냈다. 두산이 정규시즌 막판 4연승을 거두며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에 직행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오재일은 “향후 (또) 주장을 맡았을 때 어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팀에 자부심을 느끼고 선수단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캡틴의 자격’은 충분히 보여줬다. 그의 리더십이 포스트시즌 첫 판(4일 준PO 1차전)부터 팀이 완벽한 경기력을 보인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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