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타자 출루는 대량득점의 열쇠를 쥐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웃카운트 3개가 이닝 교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사에서 주자가 살아나가면 득점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설령 득점에 실패하더라도 상대 투수 입장에선 유주자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야 하기에 피로도가 가중된다. 벤치의 선택폭도 선두타자 출루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무사에 주자가 나가면 여러 작전을 기민하게 쓸 수 있지만, 1사 또는 2사에선 쉽지 않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정규시즌 선두타자 출루 시 절반 이상인 53.6% 이닝에서 득점이 나왔다. 반면 선두타자 출루에 실패했을 경우 해당 이닝 득점은 17.3%까지 떨어졌다. 36.3%의 득점확률 차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포스트시즌(PS)에서도 선두타자 출루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두산은 준PO 2경기 17차례 공격이닝 중 선두타자 출루는 10번에 달했다. 그 중 7이닝에서 두산 특유의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반면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WC)부터 준PO까지 31차례 공격이닝 중 6이닝만 선두타자가 살아나갔다. 해당 이닝에 득점을 뽑아낸 것도 3이닝뿐이었다. 이 때문에 LG는 득점 대부분을 홈런에 의존했다. 이런 빈타로는 승리가 요원했다.
남은 PS에서도 선두타자가 공격의 열쇠를 쥘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정규시즌 선두타자 출루율 0.360(2위), 해당 이닝 득점 비율 58.8%(1위)로 강했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 허를 찌르는 작전이 매 경기 나오다시피 하기 때문에 두산의 선두타자 봉쇄가 KT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면 KT는 선두타자 출루율 0.348(5위)로 썩 재미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선두타자가 출루한 이닝의 56.7%(4위)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재미난 점은 선두타자 출루에 실패한 이닝의 20.5%에 득점을 만들어내 이 부문 1위에 오른 대목이다.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해낼 타자가 많으니 득점 확률은 어느 정도 유지된 것이다.
경기의 포문을 열어주는 테이블세터가 관건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때 그랬듯 준PO에서도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리드오프는 허경민과 정수빈이 차례로 맡았다. KT도 황재균, 강백호 등이 전진 배치되는 강한 테이블세터를 구상하고 있다. 누가 먼저, 언제 출루할지에 양 팀의 성패가 달려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