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야구’는 한물갔다? ‘성공률 100%’ 두산이 증명하는 ‘단기전 비기’

입력 2020-11-10 15:3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올해 정규시즌 도루왕은 144경기에서 35차례 베이스를 훔친 심우준(25·KT 위즈)이다. 2018년부터 3년째 타이틀홀더가 40도루 고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리그 전반으로 살펴도 도루의 개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선 도루 성공률 70%를 넘지 못하면 시도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쉽게 말해 4번 중 3번은 살아야 본전 이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발 빠른 주자의 가치는 숫자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언제든 뛸 수 있는 주자가 1루에 있으면 투수는 흔들린다. 직구 위주의 투구를 펼칠 수밖에 없으니 타자 입장에선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중압감이 상당한 단기전에선 더욱 그렇다. 올해 포스트시즌(PS)에서 두산 베어스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두산은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88도루(6위·성공률 70.4%)를 기록했다. 시도 자체가 120회로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육상부’란 타이틀이 붙었고, 여전히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팀 전체적으로 도루를 지양했다.

가을이 오자 두산의 색깔은 조금 달라졌다. 두산은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2경기부터 9일 KT와 PO(5전3승제) 1차전까지 PS 3경기에서 6도루를 기록했다. 정수빈(2도루), 오재일, 박세혁, 허경민, 이유찬(이상 1도루) 등 면면도 다양하다. 누구라도 상황이 오면 뛸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PO 1차전에서도 승부는 ‘발’이 갈랐다. 2-2로 맞선 9회초 선두타자 김재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대주자 이유찬이 투입됐다. 후속타자 오재원이 번트 모션을 취하자 KT 벤치가 피치드 아웃을 했으나 공이 너무 빠졌다. 이미 2루로 스타트를 끊은 이유찬은 여유 있게 세이프 됐고, 오재원은 번트로 1사 3루 찬스를 이어줬다. 대타 김인태의 적시타로 두산이 결국 3-2로 이겼다.



이유찬은 5일 LG와 준PO 2차전에서도 주루코치의 제지에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2루서 홈까지 내달려 결정적 득점을 올린 바 있다. 선수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언제든 적극적으로 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산 ‘가을 DNA’의 핵심이다.

남은 가을 동안에도 발이 빠른 팀이 웃을 공산이 크다. KT는 도루왕 심우준을 필두로 배정대, 조용호 등이 106도루(3위)를 합작했다. NC 다이노스 역시 101도루(4위)로 뛰는 야구에선 결코 밀리지 않는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팀은 언제나 가을에 미소를 지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