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최혜진, 뒤늦은 시즌 첫 승으로 피날레 장식

입력 2020-11-15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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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사진제공|KLPGA

마지막 순간에 웃기 위해 그토록 애를 태웠던 것일까. 일찌감치 대상을 확정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올해 극심한 우승 갈증에 시달렸던 최혜진(21·롯데)이 마침내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5일 강원 춘천의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시즌 최종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2020’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에 보기 2개를 곁들여 3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우승상금 2억 원을 손에 넣었다.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유해란(19·SK네트웍스)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개인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극적인 우승을 예감할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된 것은 470m 파5 홀인 5번 홀이었다. 65m 거리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을 거치지 않고 홀컵에 그대로 떨어졌다. 안송이(30·KB금융그룹), 유해란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던 최혜진은 행운의 ‘덩크 샷 이글’을 앞세워 단숨에 2타 차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안송이가 급격히 흔들리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진 가운데 중반 이후 선두 싸움은 이미 대상을 확정한 최혜진과 신인상을 거머쥔 유해란, 둘의 경쟁구도로 이어졌다. 최혜진이 10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고 도망갔지만, 앞선 조의 유해란은 11번(파5), 12번(파3) 홀 연속 버디로 재차 1타 차로 따라붙었다. 13번(파4)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인 최혜진은 16번(파4)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15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은 유해란에게 12언더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다. 스스로 자초한 위기의 순간, 이번에는 행운이 따랐다. 유해란이 18번(파4) 홀에서 보기로 뒷걸음질을 쳤고, 1타 앞선 최혜진은 마지막 17(파3), 18번 홀 연속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그토록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신인이던 2018년 2승을 거뒀던 최혜진은 지난해 5승을 거두고 전관왕에 오르며 데뷔 2년 만에 KLPGA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통산 9승을 거둔 그는 ‘아홉수’에 걸린 듯 올해 직전 대회까지 15개 대회에 나서 무려 13번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리고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3년 연속 대상을 조기 확정한 최혜진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뒤 “계속 우승이 안 나오다보니, 갈수록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면서 “9번째 우승보다 10번째 우승이 정말 힘들었다”고 되돌아봤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는 김민규(19)에게 이번 대회 캐디를 맡겼던 최혜진은 “16번 홀에서 보기를 해 (우승이) 위험할 수 있다고 느꼈다. 다행히 마지막 홀에서 민규가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때서야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놓은 뒤 “우승을 하고 대상을 타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 아직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일단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춘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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