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언더독 삼성화재의 선택과 현대캐피탈의 숙제

입력 2020-12-2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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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정성규-김동영-신장호-안우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이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언제 이런 강한 서브를 받아보겠어.”

17일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에서다. 상대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가 이어지자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타임아웃 때 선수들을 안심시키려고 이렇게 외쳤다. 그 발상의 전환과 긴장하는 선수들을 달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의 서브에 밀려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56개의 리시브 중 7개만 성공했고 7개는 실패했다. 효율은 0%였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는 외국인선수 바르텍을 돌려보낸 뒤 새 전술을 선보인 첫날 대박을 터트렸다. 국내선수들만으로 나서는 삼성화재는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언더독 팀이 자주 택하는 강한 서브를 들고 나왔다. 리시브를 흔들어 세트플레이 대신 2단 연결을 유도해야 상대의 오픈공격을 잡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략적 판단은 적중했다.

20일 우리카드전에서도 삼성화재의 서브는 위력적이었다. 풀세트 혈투 끝에 간신히 이긴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조차 “자칫 넘어갈 경기를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냈다”며 강서브에 애를 먹었음을 실토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도 “다른 팀이라면 무너졌을 텐데 끝까지 우리카드는 버텨냈다”며 결과를 아쉬워했다. 앞으로 삼성화재를 상대할 팀은 공격적 서브를 견뎌내야 한다.

삼성화재의 선택은 사실 위험한 도박이다. 21일 현재 서브 범실은 279개로 남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가장 서브 범실이 적은 우리카드는 185개뿐이다. 위험이 따르는 강서브의 반대급부인 서브에이스는 대한항공(90개)~한국전력(88개)~KB손해보험(85개)의 순이다. 삼성화재는 70개로 이 부문 6위다. 득점은 많았지만 공격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결정적 순간을 해결해주지 못하던 바르텍은 서브도 강하지 못했다. 퇴출의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과거 잘 나가던 시절 삼성화재는 범실 없는 안전한 서브를 더 선호했다. 2015~2016시즌에는 7개 구단 중 최소 서브 범실을 기록했고, 그 전에도 항상 서브 범실은 적었다. 하지만 갈수록 서브의 중요성이 커지는 최근의 흐름에 삼성화재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때 정성규-김동영-신장호를 영입한 것이 변화의 출발이었다. 당시 대학배구에서 가장 서브를 잘 구사하는 3명을 영입하면서 팀의 체질을 바꾸려고 했다. 이들은 원포인트 서버로 경기의 흐름을 자주 바꿨다. 이제 프로 2년차인 3명이 주전으로 출전해 번갈아가며 강서브를 넣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에서 영입한 안우재도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자, 삼성화재는 바르텍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이와 반대가 현대캐피탈이다. 2시즌 전 파다르를 앞세워 서브에이스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은 서브에이스 최하위(43개)고, 서브 범실은 2위(260개)다. 세트당 서브에이스는 유일한 0점대(0.704개)다. 모든 랠리의 시작인 서브에서 상대팀에 뒤지다보니 올 시즌 최하위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 여자부 현대건설도 세트당 서브에이스 0.653개, 총 서브에이스 32개로 최하위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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