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결재 유보’ KBO 상벌위, 무슨 의미가 있나

입력 2020-12-23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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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KBO가 또다시 결정을 미뤘다. 상벌위원회의 최종안을 정운찬 총재(73)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KBO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상벌위를 열어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심의의 핵심은 허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관계자의 ‘갑질’과 ‘팬 사찰 의혹’이다. 전 소속선수인 이택근(40)이 지난달 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상벌위가 열리게 됐다.

허 의장은 지난해 6월 2군 훈련장인 고양구장에서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투구를 해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허 의장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한 팬이 영상으로 촬영했고,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택근은 “허 의장 투구 시 영상촬영을 한 팬에게 언론사 제보 여부와 이유를 구단이 내게 알아보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움은 “제보 영상을 촬영한 분을 사찰하거나 이와 관련해 이택근에게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BO는 이에 대한 조사를 최근까지 진행했고, 22일 상벌위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했다. 결론은 이날 바로 나오지 않았다. 정 총재가 결재를 유보했고, 키움 역시 추가 소명 기회를 요청해 23일에도 상벌위가 다시 의견을 모았다. 상벌위의 최종 결정은 23일 오후 정 총재에게 올려졌고, 마지막 결재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정 총재는 또다시 상벌위의 최종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KBO는 23일 “정운찬 총재는 구단의 소명 및 상벌위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했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연기 사유를 밝혔다.

KBO 상벌위는 법률자문가를 중심으로 KBO 사무국 외의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총재 및 사무총장이 상벌위에 속해있지 않은 이유는 상벌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즉, 총재가 최종결정권자라 해도 독립된 기구인 상벌위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벌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결재 보류가 거듭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일 내에 어떤 수준의 징계가 나오더라도 KBO는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키움 구단과 이택근의 양측이 워낙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서 징계 수위에 대해 한쪽은 분명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불만이 있는 측에 명분만 주는 꼴이 됐다.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정 총재는 이번 상벌위 결정이 사실상 마지막 결재 사안이다. 정확하고 신속하지 못한 일처리는 새로운 KBO 총재와 사무국에 부담만 안길 뿐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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