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일 1시간 나머지 훈련…KT 김민서가 준비하는 10라운더 반전

입력 2021-01-01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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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민서는 2021년 2차 10라운드로 프로행 막차를 탔다. 비록 지명순위는 낮지만 이제부터는 모두가 동일선상에서 경쟁한다. 파워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밝힌 김민서는 반전을 준비 중이다. 12월 수원에서 훈련하던 중 포즈를 취한 김민서. 수원|최익래 기자

KBO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날, 행사가 진행되는 1시간 남짓은 졸업반 선수와 학부모, 친지들에게 너무도 길게 느껴진다. 2020년 드래프트를 영상으로 지켜보던 김민서(19·KT 위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드래프트가 아홉 바퀴를 돌며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 아홉 바퀴를 돌고 난 뒤 이름 석 자가 불렸다. 김민서는 그렇게 프로행 막차를 탔다.

하지만 KT 관계자들에게는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11월 익산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김민서는 동기들과 함께 일찌감치 합류해 프로의 맛을 짧게나마 봤다. 아침 일찍 시작돼 정오 즈음 마무리 되는 일상. 모두가 훈련장을 떠나 개인 운동을 할 때 김민서는 홀로 남아 배트를 돌렸다. 혼자서 티 배팅을 하는 건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바에 올리는 등 몇 배의 시간이 든다. 하지만 김민서는 매일 같이 1시간의 나머지 공부를 자처했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김민서는 “뭔가를 배우면 바로 몸으로 익혀야 내 것이 되는 스타일이다. 솔직히 숙소에 가면 핸드폰만 보고 쉬게 된다. 그 시간에 스윙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좋고, 또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시간이 쏜살같이 빠르게 갔던 시간”이라고 마무리캠프를 회상했다.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5순위 지명. 10라운더라는 순위보다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는 감격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김민서는 “축복받은 일이다. 사실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대학엔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호명 직후 함께 지켜보던 친구와 껴안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프로행 자체가 감사한 일인데 동경하던 KT라 의미가 더욱 크다. 김민서는 “황재균 선배를 원래부터 좋아했다. 중계로만 봐도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율곡고 시절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덕아웃 뒤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타격이나 수비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몇 시간이고 훈련을 하는 게 습관이다. 김민서는 “사실 동갑 친구들끼리 지명순위를 얘기할 땐 약간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보여주면 된다”며 “한 방이 있으면서도 꾸준함을 갖춘 선수로 팬들께 보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물론 흘린 땀의 양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반대로 지명순위가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10라운드 지명이지만 바꿔 말하면 동기생 중 100명 안에 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위 라운더는 물론 육성선수로도 프로에서 반전을 일군 사례는 수두룩하다. 이제부터는 모두 동일선상에서 경쟁이다. 계약금 전액을 부모님에게 드린 뒤 “비록 지금은 투자하신 만큼 돌려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차차 갚아나가겠다”고 말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날의 기억은 크나큰 동기부여다. 김민서가 그저 묵묵히 배트를 돌리는 이유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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