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선거인 비공개 추첨 논란…레슬링협회, 이게 최선인가?

입력 2021-01-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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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겸직 중인 이기흥 현 회장과 ‘반 이기흥’의 기치를 내건 후보들의 경쟁으로 체육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맞물려 산하 회원종목단체장들의 선거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 역시 지난 4년간 협회를 이끈 이정욱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을 제36대 회장 선거(11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선거인을 가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서다.

이 회장을 향한 레슬링계 전반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규모가 작은 협회의 수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할이 재정적 기여인데, 이 회장은 이 부분에서 민심을 잃었다. 체육회가 공시한 2019년도 회원종목단체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지원은 2000만 원이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자 원성이 일었다. 협회 집행부가 국회의원 출신의 인사를 회장 후보로 내세운다는 소문이다. 이 회장은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회장이 협회 재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집행부가 누구를 미느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과정은 다르다. 일련의 흐름은 반드시 짚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상급단체나 법적 기관의 조사도 따라야 할 형편이다.

협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지난달 3일 구성했고, 선거일 공고는 28일 오후 6시 무렵 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처음 게재됐다. 선거일 공고 이전에 회장 선거와 관련한 공지는 22일 ‘회장 후보자 결격사유 안내’가 전부였다.

그런데 선거인 추첨이 공고 다음날 오후 2시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 이에 앞서 많은 레슬링인들은 협회에 선거인 추첨 참관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는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고,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참관 요청 공문을 보냈던 일부 시도레슬링협회에선 부랴부랴 일부 인원을 협회로 보냈지만 헛걸음이었다.

추첨 결과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레슬링인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특정세력을 지지한 이들이 대거 선거인으로 뽑혔다”며 분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100% 받아들일 순 없더라도, 투명하지 못했던 투표인단 선정만으로도 이미 레슬링협회의 공정선거 의지와 중립적 업무 추진 노력은 훼손된 것이나 진배없다.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공정’, ‘정의’와는 거리가 먼 듯해 뒷맛이 씁쓸할 따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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