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 학폭 앞 시간은 독…배구 학폭, 구단·협회는 언제까지 고민하나

입력 2021-02-14 1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흐르는 시간은 약이 아닌 독이다. 배구계에 학교폭력 이슈가 터졌지만 구단과 협회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선제적 조치가 없다면 공멸의 가능성도 있다.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V리그는 최근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계스포츠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V리그 전반에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발점은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였다. 10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고교 시절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자매는 이를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소셜미디어(SNS)에 남겼다. ‘썰’이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불길은 남자부로도 번졌다. 13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현직 남자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게시글이 게재됐다. 구타로 인해 고환봉합수술까지 받았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역시 몇 시간 뒤 OK금융그룹이 송명근(28), 심경섭(30)의 학교폭력 의혹을 시인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 모두 “팬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해 사과 의사를 전했다는 점도 닮아있다. 구단들은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해당 선수들에게 어떤 조치를 내리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V리그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흥국생명은 여자부 선두, OK금융그룹은 남자부 3위에 올라있다. 팬들이 수긍할 만한 구단의 선제적 조치가 없다면, 정규리그 잔여경기나 포스트시즌은 누구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터다.

가해자들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가 사과를 한 이후인 13일, 다시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온라인을 달궜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더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나온 가해사실들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향후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확실한 매뉴얼을 바탕으로 대처할 수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야구 안우진(22·키움 히어로즈)의 징계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안우진은 키움 입단 직후 휘문고 시절의 학교폭력 전력이 알려졌다. KBO는 아마추어 시절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아마추어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3년 자격정치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키움도 정규시즌 50경기 출장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마찬가지로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보다는 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각 구단의 징계가 현실적으로 보인다.

쏟아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물을 쏟고 배구 코트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이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힘겹게 쌓아올린 V리그의 금자탑이 침수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