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겨울이었다. 상실감을 털고 부산에서 새 출발을 알린 안병준은 2021시즌, 또 한 번의 승격 스토리를 향해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낼 참이다. 사진제공 | 부산 아이파크
K리그2(2부) 부산 아이파크의 스트라이커 안병준(31)이 떠올린 연말연시의 기억이다. 사실이다. 겨울이적시장 최고의 매물로 평가받은 그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판 삼아 큰 무대, 빅클럽으로 이적이 유력한 듯했다.
안병준의 2020시즌은 정말 대단했다. 북한국가대표로도 활약한 그는 수원FC 소속으로 K리그2 정규리그 26경기에서 21골·4도움을 올렸다. 득점왕에 이어 연말 시상식에선 베스트11(공격수 부문)과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었다. 수원FC가 K리그2 플레이오프(PO)에서 경남FC를 누르고 K리그1(1부) 승격에 성공하자 많은 축구인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안병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즌 중반부터 관심을 드러낸 경남이 유력한 행선지로 떠올랐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됐고, 그 후 K리그1 강원FC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구체적 움직임도 있었다. 강원 미드필더 이영재와 맞바꾸는 트레이드였다. 안병준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지만, K리그 규정에 따라 수원FC가 선수의 이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 일본 J리그 시절 다친 무릎 상태에 발목을 잡혀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안병준은 “수원FC에서 2년을 뛰며 K리그1을 그려왔다. 솔직히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 혼자선 쉽게 회복이 어려웠겠지만 주변의 많은 분들 덕에 마음을 잡았다. 특히 아내의 조용한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결국 안병준은 K리그2에 남았다. 부산이 영입경쟁에 뛰어들어 딜을 성사시켰다. 더 이상의 메디컬 고통은 없었다. “솔직히 남들보다 더 보강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 관리에 신경 쓰며 훈련해야 하는 건 맞다. 그래도 시즌 동안 큰 문제없이 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당연히 자신을 받아준 부산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학교 선배인 (안)영학이 형이 몸담았던 팀이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부산은 잘 알고 있었다. K리그의 빅클럽”이라던 그는 “선수단 변화의 폭이 크고, 어린 선수들이 이곳에 정말 많지만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부산 지휘봉을 잡은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포르투갈)에 대한 솔직한 감정도 빠트리지 않았다. “미팅과 훈련을 통해 벤치 스타일도 어느 정도 깨우쳤다. 세밀한 전술, 공격적이면서 효율적인 축구를 원하시더라.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강한 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병준의 2021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수원FC에 이어 또 한 번 승격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는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겠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뛸 뿐이다. 부산의 승격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시즌이 끝난 뒤 부산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보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