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바꾸는 LG, 데이터 바꾸는 LG ②] “낮게, 빠르게” 편견 깬 켈리·최동환·임찬규

입력 2021-02-2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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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임찬규-최동환-켈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외부에서 이를 납득하기 위해선 ‘결과’가 필수다. LG 트윈스는 본격적인 최신 데이터 장비 도입 3번째 시즌을 맞은 가운데, 이미 성공사례는 수두룩하다. 차명석 단장과 노석기 데이터분석팀장의 프런트 직원들 구술을 정리해 숫자가 바꾼 선수들을 소개한다.

정우영, 숫자에 확신 준 막내

“우리가 운이 좋았다. 정우영이 입단한 2019년 트랙맨 장비를 도입했다. 정우영은 트래킹 장비가 사랑하는 선수다. 연습경기 때까지만 해도 구속은 140㎞대 초중반이었는데 육안으로도 그보다 좋은 공을 가진 게 느껴졌다. 트랙맨 데이터를 보니 수평 무브먼트가 리그 최상위 수준이었다. 싱커가 타자 몸쪽으로 쭉 떨어지니 땅볼 유도에 능했다. 그리고 기대대로 1군에서 성적을 냈다. 정우영의 성공으로 선수들도 데이터에 교감하기 시작했다.”

임찬규, 거르지 않은 2시간의 힘

“임찬규는 익히 알려진 대로 속구와 체인지업을 같은 위치에서 던지는 ‘피치 터널링’을 완벽히 터득했다. 지난해 연습경기 때 박용택이 다른 팔높이를 지적했고 초고속카메라로 직접 확인했다. 찬규는 우리를 가장 귀찮게 한다. 등판 전 매일 2시간씩 경기분석 데이터를 살핀다. 가령 ‘A 타자는 속구에 약하다’는 것만 보고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투수의 어떤 속구를 상대해 안 좋은 결과를 냈는지 따져본다.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의 속구에 약하다고 자신의 속구에 약하진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때문에 매일 2시간씩 데이터를 탐독하며 자신에 맞는 피치 디자인을 한 채 마운드에 오른다.”

최동환, 20년간 가둔 ‘낮게’ 편견 깨다

“2009년 입단해 10년 내내 제구와 싸웠다. 공은 좋은데 낮게 들어오지 않았다. 낮게 던진다에 몰두하며 밸런스도 깨졌다. 데이터분석팀에서 한참 고민했는데 구속, 수직 무브먼트, 익스텐션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란 지표를 확인했다. 수직 무브먼트가 5㎝ 이상이고 익스텐션은 2m를 넘긴다. 이정도면 굳이 낮게 던질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높게 던지면 파울이나 헛스윙이 많아진다. 2019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갈수록 공이 가운데로 형성됐다. 그러면서 오히려 성적은 좋아졌다. 편견을 깬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

켈리, “네 커브는 내 공인가?”

“처음 KBO리그에 왔을 때 속구 피안타율이 너무 높았다. 커브 비율을 늘리자고 제안하자 ‘네가 뭔데’라는 표정으로 황당해했다. 결국 속구 구사율을 높게 유지했다. 또 미팅을 했다. 자신은 속구로 카운트를 잡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진다고 하더라. 커브보다 속구 구사율을 늘려 투구수를 줄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물었다. ‘네 커브는 내 공인가?’ 커브를 던져 성적이 나면 속구와 커브 모두 켈리의 자부심이 된다. 왜 속구에만 자부심을 갖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커브 구사율이 늘었고, 장수 외인 반열에 오르게 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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