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루킹 삼진 공포증과 유인구 승부, 2021 LG에서 못 볼 ‘통념’

입력 2021-03-04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신임감독의 첫 연습경기. 자연히 플레이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게 된다. ‘준비된 지도자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의 야구철학은 2차례 연습경기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LG는 2일과 3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 2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연습경기였기에 승패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승리 과정에서 LG의 컬러가 달라졌다는 점은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출루율의 시대, 그럼 어떻게 출루할 것인가”

LG 타자들은 NC와 2연전에서 총 15개의 삼진을 빼앗겼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개가 루킹 삼진이었다. 물론 삼진 자체가 좋지 않은 결과이지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공을 지켜만 보며 아웃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타구를 쳐내야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자신만의 스트라이크(S)존을 설정해둔 상황이라면 루킹 삼진 자체에 대해 크게 지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생각한 S존과 심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S존 구석을 제대로 꽂는 공이라면 어떻게든 맞히려고 무리해 배트를 내는 것보다 그렇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연습경기라 큰 의미를 둘 순 없다고 해도 종전보다 루킹 삼진의 비율이 늘었다는 점에서 류 감독의 철학을 선수단이 이해하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출루율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그렇다면 어떻게 출루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방향성이 제시됐다.
류 감독은 “지난해 데이터를 뽑아보니 루킹 삼진과 헛스윙 삼진 비율이 2대8 정도 됐다. 선수들에게 의식을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생각만 버려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루킹 삼진을 안 당하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이 설정한 S존이 흔들려선 안 된다. 때문에 그런 면에서 좋은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LG 트윈스에 유인구는 없어야 한다”

투수진에서도 수확이 있다. LG는 NC와 2연전에서 4사구 5개만을 기록했다. 2일 볼넷 2개와 몸 맞는 공 1개, 3일 볼넷 2개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비주전급의 등판 비율이 높았는데, 안타를 맞을지언정 볼넷만큼은 피했다.


류 감독의 주문이 먹힌 결과다. 류 감독은 투수들에게 무의미한 유인구를 버리라고 주문했다. “어느 카운트든 LG 트윈스에서 유인구는 없다”고까지 강조했을 정도다. 류 감독은 “투수들과 소통 시간에 유인구를 던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을 승부구로 생각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떨어뜨리는 변화구를 던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공 한두 개를 일부러 빼는 현상을 피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선수들에게도 적잖은 울림을 줬다. 고우석은 “그 말씀을 듣고 나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려봤다.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는 과정이 있다. 그걸 무시하고 생뚱맞은 유인구를 던지면 타자는 의미 없이 볼 하나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고우석은 “S존에서 너무 멀면 타자는 시작부터 멀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볼카운트 2S서 승부를 하다 안타를 맞으면 아까운 게 당연하다. 때문에 타자의 눈에 먼 쪽으로 공을 한두 개 빼는 것은 10개 구단 모두에 익숙한 풍경이다. 류 감독은 이를 지양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루킹 삼진 공포와 유인구. 야구계에 익숙한 통념은 적어도 2021년 LG에선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