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 기념 인터뷰] ‘코로나 시대’ 묵묵히 이겨내는 박항서, “늘 제자 곁을 지킨 지도자로 기억되길”

입력 2021-03-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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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두의 일상을 바꿨다. 그래도 곧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리란 희망이 있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베트남축구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끄는 박항서 감독(62)도 지워져버린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한 채 묵묵히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A매치가 줄줄이 취소되고, 선수단을 소집해 훈련하는 데도 제약이 많지만 박 감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포츠동아 창간 13주년을 축하하는 인터뷰에서 그는 “오히려 더 바쁘다. 당장 큰 무대가 기다린다.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6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11월에는 동남아시안(SEA) 게임이 예정돼 있다. 지금 철저히 준비해야 혼란이 덜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지내나?



“격리만 6주나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귀국해 격리를 했고, 잠시 시간을 보내다 2월 3일 베트남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곳 방역 지침이 훨씬 엄격하다. 지정된 숙소에서 2주 격리를 하고, 추가로 자택에서 2주 격리를 했다. 정말 힘들더라. 지금은 매일 베트남축구협회로 출근해 코치들(이영진·김한윤·김현태·박성균 코치, 최주영 의무실장)과 미팅을 하고, 때때로 리그 경기를 관전하면서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 하반기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다.

“2019년 SEA 게임에서 60년 만에 우승했다.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앞으로 많은 일정이 있다. 월드컵 예선을 해야 하고, SEA 게임 연속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특히 올해 대회는 베트남이 개최지다. 12월에는 스즈키컵이 기다린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 모두 바쁘다.”


- 이미 베트남에서 많은 것을 일궜다. 그럼에도 계속 뛰는 원동력은?

“모두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왔다. 벌써 햇수로 4년차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은 내 지도자 인생에 꽃을 피운 시기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60% 이상은 축구와 관련됐다. 축구 자체가 나를 뛰게 하는 힘이다. 기쁨과 실망이 항상 공존해도 그것조차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기부여다.”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 그간의 많은 업적 중 가장 의미 있는 무대는?



“중국의 폭설 속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했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아시안컵 8강, 스즈키컵 우승 등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모두 베트남 축구역사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기억이 더 떠오른다. 지난해 U-23 챔피언십 예선 탈락이다. 바로 직전의 SEA 게임 우승에 도취됐고 자만했던 것 같다.”




- 베트남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나?



“‘1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이곳에 왔었다. 외국 감독의 평균 수명이 8개월이더라. 그만큼 성공이 어렵다. 부임 후 첫 공식대회를 비교적 성공해 빨리 신뢰를 얻었다. 여기에 우리와 베트남은 의외로 비슷한 관습과 문화가 있더라. 특히 단결력이다. 위기가 오면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 투지가 조금 부족한 기술을 커버할 만큼 대단하다.”


- 항상 유소년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급성장한 경제만큼 인프라도 착착 갖춰지고 있고, 국민적인 축구사랑이 있다. 유소년들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관심과 투자,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이곳 축구인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긍정적이다.”




- 그곳에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홀로 이룬 결과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충분하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베트남을 이끄는 동안 늘 최선을 다했던, 늘 선수 곁에 있던, 늘 노력한 지도자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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