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특집①] 같은 팬 퍼스트·다른 표현, KBO리그 대표이사들이 말하는 비전

두산 베어스 전풍 대표-삼성 라이온즈 원기찬 대표-KIA 타이거즈 이화원 대표-롯데 자이언츠 이석환 대표-KT 위즈 남상봉 대표-LG 트윈스 이규홍 대표(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각 구단·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이제는 생존까지 걱정하는 처지다. 리그 구성원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길을 찾아야 할 시기다.

10개 구단 대표이사는 각 구단의 얼굴이자 결정권자인 동시에 KBO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각 구단은 물론 KBO리그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10개 구단 대표이사에게 팀별 비전을 묻는 동시에 올해 KBO리그의 화두인 ‘현장과 프런트의 조화’에 대한 노하우도 구했다.

“팬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한다”

첫 질문으로 지향점과 추구하는 가치를 묻자 10개 구단 대표이사 모두 ‘팬 퍼스트’를 꼽았다. 전풍 두산 대표는 “팬이 없으면 구단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원기찬 삼성 대표는 “프로야구는 사회의 구성요소이자 많은 사람들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며 야구가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규홍 LG 대표, 남상봉 KT 대표는 팬을 ‘고객’으로 표현했다.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얻듯, 야구단도 팬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그룹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을 통해 프로스포츠산업을 선도하는 명문구단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 역시 “우리 고객인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목표”라고 말했다,

팬 베이스가 확실하다고 평가받는 팀들은 ‘팬’이 수단이자 목표다. 전풍 두산 대표는 “두산 역사의 산증인인 원년 팬부터, 원정경기까지 와주는 열혈 팬, 이제 막 야구를 접한 어린이 팬까지. 우리 구단은 모든 팬들이 소중하다. 팬과 함께하는 강팀,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 궁극적으로는 명문구단이 지향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환 롯데 대표는 “타 구단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야구문화와 강력한 팬덤이 우리 강점이자 자산이다. 롯데는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세대를 거쳐 형성한 강력한 팬덤이 있다”고 자랑했다. 자연스레 세일즈 포인트 역시 함께 즐기는 문화와 로열티로 꼽았다. 이규홍 LG 대표 역시 “프로야구 원년부터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며 가장 많은 팬들의 열성적 응원을 받았다. 이 덕에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한국프로스포츠 최초 3000만 누적 관중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LG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가족, 어린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화원 KIA 대표는 “우리를 사랑하는 강력한 팬덤이 최고의 강점인데, 이걸 하나로 연결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KIA의 키워드는 ‘사람냄새’다. 이적선수 송별회, 은퇴선수 환송식 등 팬과 선수를 존중하는 문화가 이 대표의 목표다.

NC 다이노스 황순현 대표-SSG 랜더스 민경삼 대표-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키움 히어로즈 허홍 대표(왼쪽부터). 사진제공｜각 구단

야구가 ‘그깟 공놀이’ 이상이 되기까지

야구를 통한 사회가치 실현을 꿈꾸는 팀도 있다. 황순현 NC 대표는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갈 꿈과 용기를 얻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경삼 SSG 대표는 “스포츠와 문화 발전을 통해 전국민이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스포츠와 비즈니스가 결합된 신문화 조성은 와이번스를 인수한 랜더스가 지향하는 선명한 방향성이다. 민 대표는 “모기업(신세계그룹)이 고객경험에 대한 차별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B2C기업이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고객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매점은 물론 FNB(식음료) 등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찬혁 한화 대표는 “야구를 통해 활기찬 일상의 행복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정직한 노력과 공정한 경쟁의 대가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난해 최하위지만 올 시즌 패배의식 개선의 기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구단은 이를 효율적으로 팬들에게 알리기 위해 OTT 플랫폼 ‘왓챠’와 손잡고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에 야구는 곧 생존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성적 이상의 가치에 사활을 건다. 허홍 키움 대표는 “우리 구단은 야구전문기업이다. 모기업이 없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완벽한 성과 달성을 목표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