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자율과 더 많은 땀, 진화를 위해 전진하는 현대캐피탈

입력 2021-03-24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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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많은 배구인과 팬은 현대캐피탈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시즌 초반에 느닷없이 팀의 주장이자 간판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선택한 결과가 궁금했다. 주전선수 대분을 바꾸는 체질개선에 많은 우려도 있었다. 한동안은 프로팀이라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무기력한 플레이도 나왔다. “팀의 방향성이 맞는 것인가”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태웅 감독도 이런 우려를 알았던 모양이다. 시즌 도중에 내부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그가 꿈꾸는 배구의 모습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같은 비전을 가진 응원군이 많아야 한다. 최태웅 감독은 그런 면에서 복을 받았다. 감독과 운명공동체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동안 고통스러웠던 고비를 넘기자 점점 길이 보였다. 한국전력과의 트레이드를 발표했던 11월 13일 3승4패였던 현대캐피탈은 이후 11승16패를 추가했다. 봄 배구 탈락은 확정됐고 24일 현재 14승20패 승점38로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V리그 출범 이후 최저승점과 승수다. 이 결과만 보자면 왜 무리해서 세대교체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현대캐피탈과 최태웅 감독의 꿈은 단순한 봄 배구 진출이 아니다. 항상 우승에 근접한 젊고 기량이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완성까지 2~3년을 내다봤던 리빌딩의 발걸음은 예상보다 빨라졌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현대캐피탈은 리빌딩 이후 훈련방법을 바꿨다. 최근 몇 시즌과 비교하면 훈련양이 늘었다. 젊은 선수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향상 속도는 훈련의 양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라운드 때와 6라운드 때의 현대캐피탈은 전혀 다른 팀이다. 팀이 젊어지면서 피로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30대 중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을 때는 경기 사이에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젊어진 현대캐피탈은 그럴 필요가 없다. 회복능력이 좋은 젊은 선수들은 항상 같은 강도로 꾸준한 훈련이 가능하다. 이것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변화의 열쇠는 세터 김명관이 쥐고 있다. 감독은 김명관과 수많은 경기영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면서 소통했다. 때로는 숙소의 침대에 누워서 편하게 경기를 보면서 각자의 생각도 얘기했다. 감독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선수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는지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보려고 노력한 결과 감독은 조금씩 김명관의 생각을 알게 됐다. 이제 감독은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며 충분한 자율을 줬다. 요즘 선수들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는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멘탈이 약한 선수들을 위해 현대캐피탈은 심리상담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양궁 국가대표팀의 주치의가 심리상담을 원하는 선수들을 따로 만나고 있다. 구단은 그 선수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비용만 낼 뿐 철저한 비밀보장이다. 더 많이 훈련하고,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마음이 약한 선수들은 전문가들이 어루만져가면서 현대캐피탈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리빌딩의 끝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현대캐피탈은 조금씩 진화해하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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