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역사왜곡 ‘조선구마사’ 퇴출…작감배 中 장동윤만 사과 (전문)

입력 2021-03-27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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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의혹으로 첫 방부터 ‘시끌’
논란 닷새 만에 결국 제작중단+방영취소
장동윤, ‘작감배’ 중 유일 사과 “우매한 내 잘못”
떠난 자리도 시끌시끌하다. SBS 새 월화 드라마였던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닷새 만에 안방극장에서 퇴출된 가운데 ‘작감배(작가+감독+배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첫 방송 직후부터 실존인물의 묘사와 각종 중국풍 설정으로 ‘역사왜곡’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조선구마사’. 시청자들의 집단적 항의와 광고 기업들의 ‘중단 선언’이 이어지자 SBS는 26일 방영 취소와 방영권 구매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같은날 ‘조선구마사’ 제작사 3사(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처웍스)도 제작 중단을 발표하고 해외 판권의 계약해지 수순을 알렸다. 이로써 ‘조선구마사’는 사실상 폐지됐고 안방극장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장하게 됐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방송사와 제작사뿐 아니라 ‘작감배’ 또한 함께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본을 집필하고, 작품을 연출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특히 박계옥 작가는 지난해 전작 tvN ‘철인왕후’로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바. 당시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하고 종묘제례악까지 희화화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권고) 결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실존인물인 조대비(신정왕후)를 저속하게 표현했다가 풍양조씨 종친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박계옥 작가와 신경수 PD는 말을 아꼈다. 배우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주연 배우 감우성은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김동준과 정혜성 등은 ‘조선구마사’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작감배’ 중에서는 처음으로 장동윤과 그의 소속사가 사과문을 게재하고 공식 사과했다.


개인 공식 SNS가 없는 장동윤은 27일 오전 소속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단히 죄송하다.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우매하고 안일했기 때문”이라며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보아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고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존경하는 감독님과 훌륭하신 선배 및 동료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이 작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또한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장동윤은 사과문이 자칫 호소문이 될까 우려하면서도 “이 글도 여러분들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변명으로 치부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감정적인 호소나 동정을 유발하는 글이 되지 않고 싶었는데 진정성 있게 제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그런 식의 글이 된 것 같아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너그러이 생각해주신다면 이번 사건을 가슴에 새기고 성숙한 배우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하며 글을 마쳤다.

장동윤의 소속사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 역사 인식에 관하여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작품에 임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 배우와 함께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작품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며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함께 사과했다.



● 장동윤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배우 장동윤입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조선구마사’에 주연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저의 생각과 입장을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많은 분께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일단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기 때문입니다.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보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보아야 할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큰 잘못입니다.

존경하는 감독님과 훌륭하신 선배 및 동료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이 작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또한 제가 어리석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도덕적인 결함이 없으면 항상 떳떳하게 살아도 된다는 믿음으로 나름 철저하게 자신을 가꾸려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발생해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도 여러분들이 제 의도와는 다르게 변명으로 치부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정적인 호소나 동정을 유발하는 글이 되지 않고 싶었는데 진정성 있게 제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그런 식의 글이 된 것 같아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다만 너그러이 생각해주신다면 이번 사건을 가슴에 새기고 성숙한 배우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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