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자산어보’ 변요한의 뜨거운 눈물 (종합)

입력 2021-04-01 1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제가 연기하고 제가 눈물을 흘려버렸네요. 서툴고 부족하지만 진실 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달 영화 ‘자산어보’ 시사회 당시 변요한의 눈물 섞인 고백이었다. 그를 지켜보던 많은 취재진과 관계자들도 놀랐지만 가장 크게 당황한 사람은 변요한 자신이었다. 그날, 변요한은 왜 갑자기 울컥했을까.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취재진과 만난 변요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자산어보’ 화상 인터뷰로 함께한 변요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15개월 전에 정말 좋은 기억으로 촬영을 끝냈어요. 촬영할 때는 흑백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컬러가 보였는데 극장에서 다시 보니 흑백 영화로 보이더라고요. 내 영화가 아닌 작품을 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 점차 집중하면서 촬영장에서 느꼈던 컬러, 형체, 감정들이 보였어요. ‘내가 정말 사랑하고 기다렸던 영화를 보네’ 싶어서 감사하고 설레더라고요. 기쁨의 눈물이 나왔어요. 눈물을 참는 게 맞을지 0.1초 고민했는데 흘리는 게 맞더라고요. 작품에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그 뜨거움에 눈물이 밀려온 것 같아요.”


변요한의 말대로 ‘자산어보’는 흑백 영화다.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자산어보’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이전에도 ‘동주’(2016)를 흑백 영화로 선보이고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변요한에게는 첫 흑백 영화. 그는 “흑백으로 촬영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배우로서 궁금했다. 흑백에 담기면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첫 촬영 때 모니터링 하는데 되게 생소한 거예요. 색채감이 없으니까 배우의 목소리와 눈빛, 주변의 형태들이 온전하게 합을 이뤄야겠다 싶었죠. 컬러는 어느 정도 분산시켜줄 미장센이 있는데 흑백은 또 새로웠어요. 컬러였다면 놓쳤을 되게 작은 것들까지 보였죠.”

변요한은 ‘자산어보’에서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 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점차 ‘정약전’과 관계를 쌓아나가며 고민하고 성장해나간다.

“창대가 고민하는 모습, 현실에 부딪히는 지점이 저와 많이 닮아있었어요. 두세 번 촬영하면서는 젊은 친구들이 다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쩌면 창대는 ‘모두’인 거죠.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진실 되게 그 마음을 연구하고 표현하고 싶었죠. 발성이나 발음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창대가 제 마음 속에 꽉 채워져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진실 되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함께한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에게 많이 배웠다는 변요한은 “이분들과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것만큼 흥분되고 감사한 일은 없었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오래 동경해왔다는 이준익 감독에 대해 “지금도 뜨거운 초심이 있는 분”이라며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배우들을 믿어주더라. 장점을 더 많이 보고 약점이나 단점은 눈감아줄 줄 아는 분이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설경구에게 배운 것들도 막힘없이 술술 이어나갔다.

“밤새야 할 것 같으니 후루룩 10개만 이야기할게요. 굉장히 따뜻한 분이고 희생할 줄 아는 분이세요. 안아줄 줄 아시고, 혼낼 수도 있는 분이고요. 이해해 주시고, 눈감아 주시고, 마음대로 놀게 해주셨어요. 술도 잘 드시고 체력이 너무 좋으세요. 그 모든 것들은 다 지혜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자세도요. 20년 경력의 선배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줄넘기 1000개(설경구가 이후 인터뷰에서 2시간으로 정정)를 하고 현장에 오시고 현장에서 대본도 안 보세요. 이미 다 준비해 오시는 거죠. 그러니 저는 더 열심히 준비해야죠. 선배님이 줄넘기 하실 때 저는 바다를 뛰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극 중 정약전 선생님이 연로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늙은 마음’을 가지고 오셨어요.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자세를 보고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어른이세요. 많이 배웠습니다.”


변요한은 인터뷰 내내 한없이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자산어보’를 통해 너무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났고 내가 많이 열렸다”면서도 “갈 길이 너무 멀다. 계속 배우면서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에게 ‘진짜 배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배우란 무엇일까’. 모르겠어요. 제가 그릇이 많이 작은 것 같아요. 결국 배우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거니까 그릇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죠. 10년 넘게 똑같은 고민으로 딜레마를 겪어왔어요. 충돌도 여러 번 있었어요. 더 좋은 작품과 영감을 계속 드리고 발전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봐준 분들이 이야기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자산어보’ 이후 더 잘 살아야 하고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연기할 수 있도록 제 삶을 확장시킬 거예요. 대중들과 동료 배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