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K리그 서울 연고의 역사와 더비

입력 2021-04-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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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지역 연고에 대한 중요성이 확고하지만 프로축구 초창기만 하더라도 상당히 낯선 개념이었다. 슈퍼리그로 불리며 1983년 5월 출범한 K리그는 프로 2팀(유공, 할렐루야)과 아마추어 3팀(대우, 포항제철, 국민은행) 등 모두 5팀이 참여했는데, 연고지는 유공이 서울·인천·경기도, 할렐루야가 강원도·충청도, 대우가 부산·경상남도, 포항제철이 대구·경상북도, 국민은행이 전라도에 각각 배정됐다.

이는 구단이 원하는 지역을 정했다기보다 전국을 적절히 안배한 모양새다. 연고지가 너무 넓어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름만 걸쳐둔 연고지일 뿐이었다. 또 지금처럼 홈&원정으로 경기가 열리는 게 아니라 5개 구단이 전국의 경기장을 함께 돌며 순회 형식으로 슈퍼리그를 치렀다.

연고지는 들쑥날쑥했다. 유공의 경우 처음 서울·인천·경기도에서 1984년엔 서울, 그리고 1987년엔 인천·경기도로 바뀌었다. 명목상 K리그 첫 서울 연고 구단인 유공은 이후 인천, 부천을 거쳐 2006년부터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의 두 번째 연고 구단은 일화다. 통일그룹은 1989년 서울 강북을 연고로 하는 ‘일화 천마 프로축구단’을 창단했다. 당초 호남을 연고지로 정하려 했지만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은 누가 봐도 황금시장이다. 지방 연고 활성화의 명분으로 비워뒀다가 일화의 창단으로 새 주인을 맞게 됐는데, 일화는 첫 해부터 상당한 팬 층을 확보했다. 특히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를 이룬 박종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덕분에 인기가 높았다.

1990년엔 도시 연고제가 시행됐다. 이는 시·도 단위에서 시 단위로 연고지의 범위를 좁힌 것이다. 럭키금성은 충청도에서 서울, 현대는 강원도에서 울산, 대우는 부산·경상남도에서 부산, 포항제철은 대구·경상북도에서 포항, 유공은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각각 연고지를 바꿨다. 이 때부터 고정 팬이 확보되는 등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럭키금성은 서울 이전 첫 해 정상에 올랐다. 이는 서울 연고 구단의 리그 첫 우승이다.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포츠 운영을 위한 전문 조직을 만들 정도로 의욕이 넘쳤던 럭키금성은 1991년엔 LG로 팀명을 교체했고, 구단 마스코트도 황소에서 치타로 바꿨다.

1991년엔 유공이 인천에서 다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유공, LG, 일화 등 3개 구단이 한 도시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동대문운동장을 홈으로 쓰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K리그는 1996년 또 한번 변화를 겪는다. 서울을 공동지역으로 남겨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축구전용구장 건설과 지방축구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도입됐는데, 기존 구단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유공, LG, 일화는 각각 부천, 안양, 천안으로 흩어졌다. 다시 서울은 무주공산이 됐다.

이 때부터 K리그는 기업명칭보다 지역명칭으로 부르기로 결정하고, 각 언론사에도 지역명칭 표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 같은 결정은 연고지 팬과 구단 간 거리를 좁히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는 2004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복귀했다. 다만 수도 서울의 이미지와 축구단 자립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기업명칭을 배제한 채 ‘FC서울’로 이름을 확정했다. 당시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된 가운데 GS가 축구단을 운영하게 됐고, 마케팅에 강한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거대 시장답게 가장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 하나의 서울 연고 구단은 서울이랜드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거점으로 2015년부터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K리그1(1부) FC서울과 K리그2(2부) 서울이랜드가 처음으로 맞붙는다. 14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 격돌한다. 그동안 서울이랜드가 승격하지 못해 두 팀간 만남이 없었는데, 이번 FA컵을 통해 ‘서울 더비’가 성사됐다.

박진섭 감독의 서울은 1부 4위(승점 12), 정정용 감독의 서울이랜드는 2부 2위(승점 11)다. 양 팀 모두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1,2부를 떠나 무조건 이겨야하는 게 더비다.

라이벌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자극을 통해 서로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진다. 또 K리그 전체 흥행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게 더비다. 축제의 한마당이 될 서울 더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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