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맞으러 가는 건설사들, 새 먹거리 ‘해상풍력’에 주목

입력 2021-04-14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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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기조 아래 친환경·저탄소 부문에 5년 간 73조 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건설사들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이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그린 뉴딜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육상풍력보다 건설공사의 비중이 높은 해상풍력발전사업이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수주 감소, 주택 시장 불안정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2040년까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매년 13%씩 성장할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까지 나오면서 바다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분위기다.

해상풍력으로 ‘그린 디벨로퍼’ 꿈꾸는 한화건설


한화건설은 최근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그린 디벨로퍼’로 도약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단순 시공사를 넘어 국내 톱 티어(Top-tier)의 개발회사를 노리는 한화건설의 중심에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있다.

한화건설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풍력발전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작년 말 대표이사 직속의 풍력사업실을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했다. 풍력발전사업은 입지선정, 풍황조사부터 시작해 실제 착공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76MW급 영양 풍력발전단지(3.45MW급 22기)와 25MW급 제주 수망 풍력발전단지(3.6MW급 7기)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한화건설은 90MW급 양양 수리 풍력발전단지를 비롯해 영천, 영월 등에 총 10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해상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총 사업비 2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안 우이 해상풍력사업(400MW급) 개발을 주관하고 있고, 다수의 신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풍황 조사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추진 사례가 드물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해당 분야의 리딩 컴퍼니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상에서 총 2GW(2000MW) 규모 이상의 풍력사업을 개발할 예정이다.

한화건설 최광호 대표이사는 “한화건설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신도시 사업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디벨로퍼’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 다가오는 탄소제로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해상풍력 등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이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 디벨로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손잡고 바다에 주목하는 SK건설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 중인 SK건설이 최근 포스코와 손잡고 핵심 구성품인 부유체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선 것도 ‘바닷바람’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최근 포스코와 ‘부유식 해상풍력 고유부유체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은 해저면에 기초를 세우지 않고 먼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부표처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이다. 입지 제약에서 자유롭고 환경 및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어업권 침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육지나 근해에 비해 빠른 풍속을 이용한 고효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가능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력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포스코는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에 고성능 강재를 적용한 경제성 향상 기술을 도입하고, SK건설은 부유체 개발에 대한 핵심기술을 확보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부유체 모델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양 사는 부유체 모델 개발을 위한 기본 설계, 수조 테스트, 실시 설계, 시제품 제작 및 실증 등 전 과정을 공동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SK건설이 개발 중인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지에서 2023년 실증 시험을 진행하고,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의 기술 독립과 경쟁력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완성을 위한 긴밀한 협력도 다짐했다.

SK건설은 2018년 울산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통해 발전허가를 취득하며 이 분야에 첫 발을 내딛은 뒤 지난해부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현재는 울산에서 136MW 규모 사업지에 부유식 해상풍력 시제품 테스트를 계획해 발전사업허가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해안에서도 800MW 규모 사업을 개발 중이다.

이형원 SK건설 에코에너지부문장은 “이번 협약은 향후 양 사가 한국형 부유체 모델 상용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형 부유체 독자 모델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최근 한국서부발전, 전남개발공사와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발전 사업’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약 2조 원 규모의 발전 용량 400MW 해상풍력발전사업 전개에 본격 돌입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해상교량 건설 실적과 육상 풍력을 직접 개발·시공하고 운영까지 한 경험을 앞세우며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또 다른 도약의 밑거름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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