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숙소로 가셔서…” 이종범-이정후 부자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

입력 2021-04-14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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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종범 코치(왼쪽)-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야구인 2세들의 활약은 이미 KBO리그에서 활짝 꽃을 피운지 오래다.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유독 더 눈길이 가게 만드는 부자 조합이 있다. 바로 지도자와 선수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만나는 이들이다. 올해 KBO리그에선 ‘슈퍼스타 부자’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 장면의 주인공들이 됐다. LG 트윈스 이종범 코치(51)와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3)다.

LG와 키움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시즌 첫 맞대결을 벌였다. 부자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처음 정규시즌에서 만난 것이다. LG 작전코치를 맡고 있는 이 코치는 팀의 공격 때마다 3루측에 자리했고, 이정후는 중견수로 외야를 누볐다.

이날 경기는 키움의 초반 우세였다. 선발투수 조쉬 스미스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외국인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1회말부터 적시타를 때리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키움은 4회말과 5회말에도 1점씩 뽑아 LG에 5-0으로 앞서갔다.

반격이 필요한 LG로선 어떻게든 추격점수를 뽑아야 했다. 결정적 기회는 6회초 공격에서 찾아왔다. 1사 후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해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2사 2루서 로베르토 라모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라모스는 스미스의 공을 잡아당겨 우중간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타구는 순식간에 담장까지 뻗어가 적시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순간 중견수 이정후가 환상적인 점핑 캐치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라모스는 허탈한 표정으로 물러났고, 스미스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 순간 묘한 표정을 지은 이는 이 코치였다. 이 코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라모스의 이닝 교대를 도왔다. 팀 공격이 무산된 아쉬움과 아들의 맹활약을 지켜본 뿌듯함이 교차된 듯했다. 이정후는 이날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팀의 8-2 승리에 앞장섰다.

정규시즌 첫 부자 맞대결에 얽힌 얘기를 나눌 기회는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14일 “아버지께서 경기 후 원정 숙소로 가셔서 만날 수가 없었다. (전화 등으로) 따로 얘기도 못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고척|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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