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염 전문의 확신과 야구단의 호소, “특혜 아닌 형평성만…”

입력 2021-04-21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최악의 바이러스가 1년 넘게 전 세계를 할퀴고 있다. 거리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풍경은 익숙한 일상이 됐다. 지난해부터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너무도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20경기 중 관중이 입장한 것은 143경기(19.9%)뿐이다. 그나마도 2m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30% 안팎의 적은 수만 입장이 가능했고, 총 관중은 32만8317명에 불과했다. 구단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95% 안팎의 적자를 봤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관중 입장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과 비례한다. 20일 기준 거리두기 2단계인 수도권 및 대전, 부산은 전체 정원의 10%, 1.5단계의 타 지역은 30%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귀한 걸음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까”

이해타산만 따지자면 지금의 관중 입장은 적자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100% 관중 입장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30% 정도는 입장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팬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결국 팬이 있어야 야구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고통으로 새삼 되새겼기 때문이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최대 10% 관중 입장이 적자인 것은 맞다. 그러나 엄중한 시국에도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의 걸음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계에선 “이대로면 일부 구단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위험의식이 팽배하다. 그렇다고 특혜를 주장할 수도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은 형평성이다. 식당, 주점, 대형 쇼핑몰, 공연장 등 대다수의 시설의 거리두기 지침이 야구단 입장에선 부러움의 대상이다. 실내시설인 대극장에선 두세 자리마다 한 칸씩 띈다. 동반 2인은 나란히 관람이 가능한 셈이다. 지방 B팀 관계자는 “지난 주말 낮 경기를 마친 뒤 식당에 갔다.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4인 테이블 여럿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는데, 텅 빈 관중석이 오버랩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전시 행정? 반대로 생각하자”

감염 전문의들은 조치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행 관중 입장은 과한 규제다. 야외가 훨씬 안전하다. 바람이 부는 환경에선 바이러스가 떠있을 틈이 없다. 옆 사람 얼굴에 침 튀기면서 얘기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다. 마스크 착용 및 음식물 섭취 등 방역지침을 준수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중이 들어와도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중 인천을 찾은 SSG 랜더스팬 김창의 씨(44)는 “코로나19 이후 야구장에 처음 와봤는데 입장까지 굉장히 까다로웠다. 관중석에서도 거리두기가 확실하다.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프로스포츠 경기장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면 정부에서도 그 점이 부담스러울 텐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오히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채 야외활동을 한다면, 코로나19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을 상징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KBO리그는 1군 선수단 및 관중의 확진자 없이 한 시즌을 마쳤다. KBO리그의 방역을 타 리그에서도 벤치마킹했다.

프로스포츠가 바라는 건 형평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야구단의 경우 배경이 탄탄하기에 우려가 덜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 내 입점한 상인들은 물론 보안 등을 담당하는 하청 업체들은 일반 식당, 주점을 운영하는 이들과 같은 소상공인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야구단에서 95%의 적자를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프로스포츠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민생경제, 교육 문제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순기능도 분명하다.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부임에 맞춰 ‘상생방역’을 추진하고 있다. KBO도 관중제한 완화를 건의할 예정이다. 프로야구계가 바라는 건 특혜가 아닌 형평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