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1년 허투루 안 쓴 롯데 베테랑, 이미지 트레이닝? 샤우팅 트레이닝

입력 2021-04-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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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간도 결코 그냥 흐르게 놔두지 않았다. 롯데 노경은의 ‘샤우팅 트레이닝‘은 1년의 미계약 시간이 남겨준 선물이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아픔의 시간. 좌절하기보단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뭔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본인만의 독특한 루틴이 완성됐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아닌 샤우팅 트레이닝. 노경은(37·롯데 자이언츠)의 롱런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롯데는 2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10-5로 승리해 2연패에서 벗어났다. 1-1로 맞선 3회말 안치홍의 이적 후 두 번째 만루포 포함 5안타 4볼넷으로 8득점해 승기를 잡았다. 마운드는 노경은이 버텼다. 6이닝 6안타(3홈런) 2볼넷 2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이날 전까지 노경은의 마지막 실전은 3월 22일 사직 SSG 랜더스전이었다. 꼬박 29일만의 실전이었다. 개막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뒤 퓨처스(2군) 팀에 내려가 단 한 차례도 실전을 소화하지 않았다. 이용훈 투수코치가 실전과 불펜피칭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는데 노경은이 후자를 택했다.

아픔에서 얻은 교훈이다. 노경은은 2018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했지만 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2019시즌을 미계약 상태로 보냈다. 좌절하지 않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 테스트를 보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결국 성민규 단장이 부임한 뒤인 2019년 11월 4일, 2년 총액 11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 기간 노경은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불펜피칭에선 타자를 세우지 않고 던진다. 투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가상의 상대를 설정한다. 반면 노경은은 이를 직접 육성으로 외친다. 가령 “1번타자 ○○○”으로 소리를 내는 식이다. 특정 타자를 상정한다면, 그 타자의 장단점까지 떠올려야 한다. 공 하나도 쉽게 흘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볼카운트 1B-2S”도 외친다. 시뮬레이션 피칭의 확장판인 셈이다. 이용훈 코치나 임경완 코치는 이를 지켜보면서 때로는 타석에 들어서기도 한다. 다만 실전과 차이는 100구를 던져도 중간 휴식이 없다는 점이다.

노경은은 “미계약 시기에 만들어진 루틴이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 때문에 2군에 내려갔을 때도 실전을 안 뛰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15일 불펜피칭에서 85구를 던졌던 노경은은 시즌 첫 등판에서 98구를 깔끔히 소화했다. 패스트볼 최고구속도 포심 144㎞, 투심 143㎞로 지난해 쾌조의 컨디션일 때와 비슷했다.

돌이켜보면 팀과 선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1년은 노경은에게 마냥 아픔만 주지 않았다. 잔뜩 상처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위에 새 살이 돋았다. 2019년이 준 선물. 노경은의 롱런을 위한 든든한 바탕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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