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축구, 6월 방한 포기 결정…WC 2차 예선 불참

입력 2021-05-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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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북한축구대표팀의 6월 방한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방한 포기’를 알리는 공문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축구계 복수의 소식통은 2일 “북한이 6월 한국에서 열릴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불참을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축구협회가 AFC에 ‘방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공식 레터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선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 지난해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전통적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 교류마저 포기할 만큼 예민하게 대응해왔다. 김정은 정권에 코로나19가 치명적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안전지대’를 거듭 강조해온 북한으로선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한국은 방문하기 부담스러운 국가다. 지난주 AFC에 전달된 문건에도 ‘코로나19 우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대표팀의 방한 여부는 최근 국내축구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부의 협조를 얻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5월 31일~6월 15일)에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잔여경기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제 스포츠이벤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역 버블’ 형태로 수도권 한 도시(경기도 고양 유력)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 선수단이 모여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 외의 이동은 통제한 채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방한 예정 국가 리스트에는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스리랑카와 더불어 당연히 북한도 포함됐다.


그러나 북한은 2차 예선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공식 발표가 이뤄진 3월 12일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북미관계를 고려하면 ‘방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기류가 국내외 축구계에 감돌기도 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무반응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최근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이 7월 도쿄올림픽 불참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또는 대회조직위원회를 통한 공식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은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AFC와 대한축구협회 역시 직·간접적 루트로 북한 설득에 나서겠지만, 북한이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축구로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 만약 북한의 보이콧이 최종 확정되면 6월 7일 예정된 남북전은 지워지고, 그동안 북한이 치른 월드컵 2차 예선 5경기(2승2무1패)는 모두 몰수패(또는 무효)로 처리된다. 2019년 10월 평양 원정에서 한국은 0-0으로 비겼는데, 만약 몰수패 규정이 적용되면 한국의 3-0 승리가 된다. 이 경우 종전 2승2무가 3승1무로 바뀌어 잔여경기를 여유롭게 치를 수 있다. 올 하반기 시작할 예정인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2차 예선 각조 1위 8개국과 각조 2위 중 상위 4개국 등 총 12개국이 출전해 2개조로 나눠 진행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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