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이 겪은 정식 감독만 4명…롯데, 리스크 감수하고 칼 뺀 배경

입력 2021-05-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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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30경기 만에 칼을 빼들었다. 허문회 감독(49)이 퇴진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2군) 팀 감독(51)이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사령탑의 무덤’, ‘독이 든 성배’라는 익숙한 리스크에도 롯데가 칼을 빼든 배경은 ‘미래’였다.



롯데는 11일 오전 허문회 감독 경질과 서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처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0시즌을 앞두고 3년 계약한 허 감독은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허 감독은 이날 오전 사직구장에 출근해 이석환 대표이사와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경질을 통보받았다. 경질의 절차를 밟았으니 허 감독의 잔여연봉(연간 2억5000만 원)은 지급된다.

롯데 40년 역사, 20번째 감독
개막 30경기만의 결단은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그간 롯데 구단의 행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서튼 감독은 원년구단 롯데의 제20대 사령탑이다. 대행을 제외하고 20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평균 임기가 2년 꼴이다. 같은 원년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허삼영 현 감독이 제15대, 두산 베어스는 OB 시절을 포함해도 김태형 감독이 제10대다.

롯데 사령탑은 이전부터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2018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와 4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외야수 민병헌은 2018년 조원우 감독을 시작으로 2019년 양상문 감독, 2020년 허 감독에 이어 4번째 사령탑을 맞았다. 2019년 공필성 대행을 포함하면 5번째다.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내린 선택”
올 시즌 롯데는 허문회 감독 체제에서 12승18패(승률 0.400)를 기록했다. 최하위지만, 선두 삼성과 6.5경기차로 간격이 크진 않았다. 다만 성적 이면의 잡음이 적지 않았다. 1군 엔트리 활용부터 육성 철학까지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이 달랐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이 언론에 작심발언을 하며 내부문제가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시즌 후 현장과 프런트는 적극적 소통을 다짐했지만, 올 시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롯데 핵심관계자는 경질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성적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1군과 2군의 순환이 다소 경직돼있다. 구단의 방향성에 있어서 감독님과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1, 2군을 유기적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석환 대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연한 기용을 통한 육성을 추구한다. 이에 대한 방향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른 시점에 칼을 꺼냈다.



후임 서튼 감독은 2005년부터 3년간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를 거친 ‘지한파’다. 2005시즌에는 35홈런을 쏘아 올리며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역대 외국인감독 최초로 KBO리그 선수 출신이다. 아울러 허 감독 선임 당시 1군 사령탑 후보군 중 한 명이었다. 당시 2020년부터 3년 계약으로 2군 지휘봉을 잡았는데, 이로써 2022시즌까지 1군을 지휘하게 된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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