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수비는 형·타격은 동생…롯데 이주찬·LG 이주형이 꿈꾸는 ‘퓨전’

입력 2021-05-1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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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야구선수의 프로 입단은 명문대 입학과 비교된다. 정식지명 기준으로 1년에 110명뿐이다. 육성선수를 포함해도 여기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취업률 10%를 밑도는 형편이라 학부모들도 ‘야구선수 아들’을 키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주찬(23·롯데 자이언츠), 이주형(20·LG 트윈스) 형제는 그래서 보기 드문 케이스다. 세 살 터울의 형제가 나란히 야구를 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들은 나란히 프로 입단에 성공했고, 올 시즌 감격의 1군 데뷔까지 함께 치렀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멀지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힘이 펄펄 난다고 말한다.

혼자 있기 싫었던 동생, 장비 챙겨준 형



해운대리틀~센텀중~경남고. 형제는 같은 길을 걸었다. 코흘리개 시절 형이 동생을 업어 키울 정도였다. 형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9년 먼저 야구를 시작했다. 항상 형과 붙어 다녔고 혼자 있기가 싫었던 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다소 이른 나이에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형이 좋은 장비를 먼저 사고, 시간이 흐른 뒤 동생이 물려받기 마련인데, 이들은 달랐다. 이주찬은 부모님께 한사코 “주형이 먼저 좋은 장비 사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동생에게는 고마움으로 남아있는 기억이다.

어릴 때부터 친했는데 같은 꿈을 꾸게 됐으니 서로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이주찬은 수비, 이주형은 타격으로 스카우트의 극찬을 받았다. 자연히 서로의 장점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이주찬은 자신의 타격 영상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줄 정도다.

17일 기준 둘은 모두 2군에 있다. 이주형은 개막 엔트리에 들었으나 7경기에서 타율 0.111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주형을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준비시키고 있다. 류 감독은 “타격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본인도 ‘외야수 전향을 한다면 1군 경쟁력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내·외야를 병행한다면 활용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찬은 14일 사직 KT 위즈전에 앞서 1군에 콜업돼 이틀간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6타수 무안타로 데뷔 첫 안타 신고에는 실패했지만, 안정된 수비력만큼은 증명했다. 롯데 육성팀 관계자는 “자신의 장점을 증명하고, 선수 스스로도 ‘수비는 통한다’는 확신을 얻었을 것”이라며 “2군에서 타격을 보완한다면 쓰임새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동한 롯데 2군 코치 역시 “수비만큼은 지금도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견줘 밀리지 않는다”며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광판에 함께 이름 올릴 그날까지”



2019년 이주형이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직후 이들은 가족사진을 찍었다. 형은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동생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발탁된 이력이 있다. 둘 모두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한 컷을 찍었다. 그간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모님에게는 이보다 더한 선물이 없었을 터.

자연히 목표는 부모님께 큰 선물을 드리는 것이다. 이주찬은 “다치지 않고 둘 모두 활약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주형 역시 “둘 모두 아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언젠가 사직이든 잠실이든 야구장 전광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싶다. 상대팀이지만 부모님께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부모님도 초대할 생각이다. 그럴 날만 기다리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대 초반의 형제. 티격태격하는 날이 더 많을 법도한데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품고 있기에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동생은 “둘을 섞어놓은 선수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운 말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섞일 시간은 충분히 많다. 언젠가 전광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가운데 서로를 마주하게 될 날이 온다면, 한국야구 내야수 풀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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