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정말이야” 한 마디에 암호화폐 폭락

입력 2021-05-17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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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indeed)”.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한 마디에 17일 암호화폐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였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의 암호화폐 전광판. 뉴시스

테슬라 비트코인 전량 매각설에 코인판 ‘흔들’
코인 처분 관련 글에 이중적 답변
“안 팔았다” 해명 트윗에도 큰 충격
비트코인 5201만 원대까지 하락
일관성 없는 머스크에 누리꾼 분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정말이야(indeed)” 한 마디에 17일 암호화폐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였다.

머스크는 13일(한국시간) 본인 계정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는 폭탄선언을 해 암호화폐 하락장을 이끌었고, 17일에는 테슬라 소유 비트코인 매각을 시사해 이를 가속화 했다.

머스크의 트윗. 단 6개의 스펠링뿐이지만 파장은 막대했다. 사진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한 트위터리안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남아 있는 비트코인을 전부 다 팔았다는 사실을 알면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커지고 있지만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쓴 트윗에 머스크는 “정말이다(Indeed)”라고 답을 달았다.

머스크의 답변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한 것이 “정말이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자신은 머스크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대해 “정말이야?”라고 되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결론은 후자였다. 17일 오후 머스크는 “추측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밝히는데, 테슬라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았다”고 트윗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비트코인 팔지도 않았는데, 암호화폐 시장 큰 충격

그럼에도 이미 파장은 컸다. 머스크의 한 마디 트윗은 진의를 떠나 비트코인 처분을 시사했다는 해석만으로도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머스크가 2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히는 등 비트코인과 도지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적극 옹호하며 전 세계적으로 ‘코인 광풍’을 촉발한 인물이기에 더욱 그랬다.

17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자정 5881만 원대 안팎을 오가다 이날 정오 5201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해 오후 4시 기준 5480만 원대에 거래 중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이더리움 역시 이날 자정 446만 원 대에서 정오 389만 원대까지 내렸다. 이후 소폭 반등해 오후 4시 기준 421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일명 ‘머스크 코인’이라 불리는 도지코인도 이날 자정 628원에서 정오 568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해 오후 4시 기준 606원 대에 거래 중이다. 폭락 후 가격이 소폭 오른 것은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는 머스크의 트윗 영향이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머스크 향해 분노로 돌아선 투자자들

이처럼 머스크의 발언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자 그를 향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감정은 극도의 분노로 돌아섰다. 암호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이쯤 되면 비트코인이 대장이 아니라 머스크가 대장 아닌가”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비트코인을 싸게 사들이기 위해 저점을 잡으려고 계속 저런다”고 했다. 이밖에도 “머스크 트윗계정 압류 좀”, “머스크 계좌인증 하자” 등의 불만과 조롱 섞인 글들이 눈에 띄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충격도 크다. 그간 주식투자로 재테크를 해온 직장인 A씨(33)는 “최근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주식에서 코인으로 옮겨 비트코인을 매수했는데 13일에 이어 17일에도 자고 일어났더니 큰 손실이 났다”며 “장기적으로 보고 존버(이익이 날 때까지 버틴다)하겠지만 당장 수익이 마이너스인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냥 주식에 머물러 있을 걸, 괜히 옮겼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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