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와 수원FC의 씁쓸한 마지막…스스로 되돌아볼 때

입력 2021-05-23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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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박지수. 사진출처 | 수원FC 홈페이지

참 잔인한 운명이다. 한 팀에서 시작과 끝을 퇴장으로 함께한 축구선수가 있다. K리그1(1부) 수원FC 중앙수비수 박지수(27)다.


수원FC는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18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앞선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PK)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겼다. 다 잡았던 승리를 허무하게 날린 수원FC는 4승6무8패, 승점 18에 묶이면서 상위권 도약 찬스를 A매치 휴식기 이후로 미뤘다.


이날 경기에서 ‘엑스맨’ 역할을 한 이가 박지수다. 후반 추가시간도 다 흐른 시점에 박지수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강하게 어필했음에도 주심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옐로카드를 꺼내며 이미 경고 1장이 있던 박지수의 퇴장과 함께 PK 선언을 했다. 그리고 인천 키커 무고사가 골네트를 가르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진짜 안타까운 사실은 인천전이 박지수가 수원FC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홈경기였다는 것이다. 경남FC에서 실력을 꽃피우고 지난해까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서 활약했던 그는 군 입대를 위해 올해 초 수원FC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수차례 퇴장을 당했다.


그 과정은 늘 매끄럽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소위원회 사후 평가를 통해 번번이 판정 번복이 이뤄지고 퇴장 처분이 사라지면서 박지수는 퇴장 이후에도 줄곧 부활해 다음 경기를 뛰곤 했다. 축구팬들은 기막힌 상황을 되풀이한 박지수를 ‘불사조’로 칭하면서 줄지 않는 K리그의 오심 사태를 꼬집었다. 수원FC에서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그는 ‘행운의 소금’을 홈 관중에게 선물하며 의지를 다졌지만, 또 한번의 징계와 함께 잔혹 드라마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박지수 역시 되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의 불운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위험하거나 거친 플레이가 적지 않았고, 평범한 공중볼이나 리바운드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팀에 큰 위기를 안긴 장면도 꽤 있었다. 과거에 비해 묵직함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수비수의 핵심 덕목은 안정감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박지수는 K리그 복귀 후 14경기에서 경고 8장, 퇴장 1차례를 기록했다. 대표팀에서 뛰고 있고, 7월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까지 노리는 선수치고는 너무도 많은 수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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