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 진짜 괜찮아요” 롯데 박세웅, 토종 에이스의 책임감

입력 2021-05-2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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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6이닝 퍼펙트 행진.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드는 순간 무산됐다. 주위 모두가 아쉬움을 표했지만, 본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연거푸 물었을 때도 답은 같았다. 아쉬움은 대기록 무산이 아닌 토종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수행하지 못한 자신을 향했다. 박세웅(26·롯데 자이언츠)은 의연함까지 갖추며 한 뼘 더 성장했다.

박세웅은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 1볼넷 4삼진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6회까지 두산 타자들 중 그 누구도 1루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가 3-0으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 허경민의 안타로 퍼펙트가 깨졌다. 볼넷과 안타로 1실점한 박세웅은 3-1로 앞선 무사 1·2루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김대우가 승계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이며 박세웅의 승리요건도 날아갔다. 롯데는 연장 10회 승부 끝에 3-4로 패했다.

이튿날 만났을 때 박세웅은 대기록 무산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런 생각 하나도 안 했다”고 답했다. 그는 “퍼펙트게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만약 8, 9회였다면 생각했겠지만 6회였다”며 웃어넘겼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뒤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6이닝 퍼펙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다”며 미소 지었다.

아쉬움은 이날의 패배, 그리고 그간의 부진을 향했다. 박세웅은 “승계주자를 남겨두고 내려가 (김)대우 선배에게 미안했다. 불펜투수가 편한 상황에 등판하도록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반성했다. 최근 선발진의 부진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롯데는 24일까지 선발 평균자책점 5.42로 최하위다. 리그 평균이 4.51이니 이보다 1점 가까이를 매 경기 더 주고 있는 것이다. 박세웅은 “롯데가 좋은 성적을 냈을 때를 돌아보면 선발야구가 잘 됐다. 선발이 어렵게 가면 경기 결과가 안 좋은 날이 많았다”고 말한 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자신감 갖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세웅은 롯데 토종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스스로도 이 기대치를 모를 리 없다. 의연함, 그리고 책임감.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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