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박기원 감독의 시선으로 본 VNL 한국-중국전

입력 2021-05-27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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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배구계의 흐름과 판도를 알아볼 발리볼내이션스리그(VNL)가 25일 개막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세계랭킹 상위권에 속하는 남녀 각각 16개 팀의 선수단과 국제심판, 소수의 방송관계자 등 1000여명이 이탈리아 리미니의 5개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한 달여 사이에 풀 리그 240경기를 치른다. 이 가운데 남녀 각각 상위 4개 팀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우리 여자대표팀은 25일 벌어진 세계랭킹 1위 중국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베스트 멤버구성이 아닌 중국은 1~2세트 우리에게 고전했지만 중반부터 우리를 압도했다. 두 팀 모두 완벽한 준비가 이뤄진 상태가 아니라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눈에 띈 것은 중국의 플레이 방식이었다. 많은 차이가 드러났다. 국제배구의 흐름에 밝은 박기원 전 대한항공 감독의 눈높이에서 세계최강 중국 여자배구가 보여준 몇 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박기원 감독은 중국의 서브높이에 가장 주목했다. 대부분 중국 선수들은 점프 플로터 서브를 구사했는데 우리 리시버들의 가슴높이를 겨냥했다. 범실은 거의 없었다. 언더핸드로 리시브를 하는 우리 선수들의 특성상 가슴 높이의 서브는 가장 받기 힘든 위치다. “중국이 서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서브를 받기 위해서는 오버헤드로 리시브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렇게 하는 선수가 없다”고 박 감독은 지적했다. 결국 2세트 중반 이후 중국의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경기는 일방적인 흐름이 됐다.

중국배구의 또 다른 특징은 파이프공격의 구사였다. 보통 여자배구에서 파이프공격은 상대의 서브를 정확히 받아서 하는 세트플레이 때만 이뤄지지만 중국은 수비 뒤 반격 때도 시도했다. 심지어 중국의 세터는 어택라인 밖에서도 파이프공격 연결을 했다. 우리가 시도조차 꿈꾸지 않는 공격옵션을 추가한 중국은 쉽게 우리의 블로킹을 따돌렸다. 박기원 감독은 “대한항공에서 하는 플레이를 중국이 하고 있다. 완벽한 남자배구 스타일이다. 사실상 후위에서의 속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배구를 하려면 세터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기원 감독은 중국선수들의 스피드도 칭찬했다. “배구는 높이와 파워 스피드가 필요한 경기다. 중국은 서양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파워를 보강하기 위해 선수 개개인의 스피드를 높였다. 신장에서 떨어지지 않는 중국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선수들의 전체적인 몸놀림이나 공을 찾아가는 점프의 스피드는 떨어졌다. 신장과 파워의 열세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하는 우리 여자배구에게 시사점이 큰 중국배구였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서브공격 방향성도 조언했다. “리시버들이 받기 어려워하는 서브의 높이는 가슴 높이와 무릎 이하다. 특히 장신의 서양 선수들은 무릎이 약하다. 가슴 높이보다는 짧게 넣어서 상대 선수들이 앞으로 뛰어들어서 무릎 이하에서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것이 자주 성공했으면 경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중국은 26일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0-3으로 완패 당했다. 우리 대표팀의 27일 일본과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결과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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