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11시간50분 혈전 속 1무2패…잇몸 사이 SSG가 확인한 송곳니 셋

입력 2021-06-2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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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태양, 이재원, 가빌리오(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제공

SSG 이태양, 이재원, 가빌리오(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제공

세 경기 합쳐 11시간50분. 평균 4시간 꼴의 혈투에서 투수 17명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얻은 1무2패의 결과, 피로감은 몇 배 이상이다. 하지만 사령탑은 그간 버텨준 잇몸들에게 여전히 고마움을 전했다. 혈투 속에서 조금씩 잇몸의 살을 찢고 나오기 시작한 송곳니들, SSG 랜더스는 아직 버틸 동력이 남아있다.


SSG는 27일 창원 SSG 랜더스전에서 9회말 박석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3-4로 패했다. 3연전에서만 두 번째 끝내기 패배. 선발진의 줄부상 속에서 4연속 위닝시리즈로 바꿔온 분위기가 식었다.
세 경기 모두 흔히 ‘1패 이상의 충격’이라고 말할 법한 경기였다. 3연전 선발 세 명이 모두 ‘임시’ 딱지를 아직 온전히 떼지 못한 카드였고, 앞 2경기는 실제로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엎치락뒤치락 혈전을 만든 건 타선의 힘이었다. 이마저도 뒷문이 활짝 열리며 빛이 바랬다. 단기표본이긴 하지만 SSG의 NC 3연전 불펜 평균자책점은 6.88(17이닝 13자책점)에 달한다.


박종훈과 문승원의 이탈에도 남은 이들이 뭉쳐 시작된 질주. 여기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으니 숨을 고를 차례다. 버텨냈던 잇몸들을 뚫고 송곳니들이 빠져나오고 있다는 점은 가쁜 호흡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킨다. 선발투수 이태양의 발견은 그 중 하나다. 이태양은 27일 경기에서 6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 깔끔투를 펼쳤다.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7년 5월 30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6이닝 무실점) 이후 1489일만의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수는 단 70구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선발투수라면 7회 이후도 맡길 법했다. 불펜이 지친 상황이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선택은 교체. 이태양은 올 시즌을 불펜으로 준비했고, 팀 사정 탓에 선발로 전환한 세 번째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눈앞의 1승은 놓칠 수 있어도 황금알 낳는 배의 거위를 가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포수 이재원의 물 오른 타격감도 반갑다. 이재원은 24일 인천 LG 트윈스전부터 26일 NC전 마지막 타석까지 11타석 연속 출루를 해냈다. KBO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 김원형 감독도 “정말 고마운 선수”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도루저지 역시 물이 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재원은 130경기서 도루저지율 35.6%(37저지/104시도)를 기록했다. 50회 이상의 시도를 경험한 포수 중 양의지(NC·0.404)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선발진에선 윌머 폰트, 오원석에 이태양이 계산은 세워주며 버티는 상황. 샘 가빌리오의 합류도 임박했다. 가빌리오는 27일 이천 두산 베어스와 퓨처스(2군)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3.2이닝 5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주간 자가격리를 했고, 해제 하루 만에 등판해 만든 결과다. 김원형 감독은 7월 2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을 예고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최소한의 게임만 만들어주는 선발투수 정도만 돼도 천군만마다.


1군 투수 중 상수보다 변수가 더 많은 상황. 어떻게든 버티며 한 달을 꾸려왔다. 그 마무리가 깔끔하진 못했지만, 김원형 감독은 “불펜투수들이 그동안 정말 고생해줬다. 지금까지 달려온 데 역할이 정말 컸다”는 격려로 질책을 대신했다. 이제 그 짐을 나눠줄 치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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