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스포츠동아 DB
포수의 블로킹은 투수가 던진 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불필요한 진루를 막고 실점 확률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블로킹이 뛰어난 포수가 안방을 지키면, 투수들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한결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어 피칭 메뉴를 다양화할 수 있다. 이를 평가하는 지표가 바로 Pass/9이다. 9이닝 평균 폭투와 포일의 합산 수치다. 이 값이 적을수록 블로킹 능력은 뛰어나다는 의미가 된다.
강민호는 삼성 이적 첫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월등한 Pass/9 수치를 보여줬다. 2018년 0.367(857.2이닝·31폭투·4포일), 2019년 0.310(842이닝·26폭투·3포일)으로 이 부문 리그 1위였다. 지난해에도 0.355(879.2이닝·32폭투·2포일)로 2위에 올랐다. 올해도 28일까지 61경기에서 462.1이닝을 소화하며 15폭투, 1포일로 0.311의 Pass/9를 기록 중이다. 300이닝 이상 소화한 8명의 포수로 범위를 좁혀도 단연 으뜸이다.
일각에선 지난 3시즌과 비교해 부쩍 살아난 타율 0.329(207타수 68안타), 9홈런, 40타점의 타격 성적에만 주목하지만, 강민호는 FA 계약기간 내내 포수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스스로도 “포수는 수비를 잘해야 오래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강민호가 여전히 뛰어난 블로킹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는 블로킹 능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강민호는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있다.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멤버로 금메달을 이끌었던 그가 13년 뒤 도쿄올림픽에 다시 나서게 된 원동력이다.
‘삼성의 강민호’는 4년간 삼성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도 노력을 통해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