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리포트] 키움 창단 첫 진기록…모처럼 찾은 ‘영웅다움‘, 미래는 확실히 자란다

입력 2021-07-05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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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키움 김휘집이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가공할 만한 타력을 앞세운 화끈함. 지난 10여 년간 KBO리그를 공포에 떨게 했던, 키움 히어로즈의 명확한 컬러였다. ‘키벤져스’ 군단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지 않던 타선의 힘. 주축들이 팀을 떠나거나 부진하며 다소 흐려졌던 색채가 모처럼 되살아났다.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던 경기였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키움은 5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5-5로 이겨 2연패를 끊었다. 장단 15안타를 몰아친 타선이 승리의 원동력. 특히 KBO리그 역대 23번째이자 히어로즈 창단 최초로 한 경기서 솔로, 투런, 스리런,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달성한 팀 사이클링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홈런들마다 스토리가 있었다. 2-2로 맞선 3회초 1사 1·2루에서 터진 박동원의 3점포가 시작이었다. 시즌 15번째 아치. 2015·2016년(이상 14홈런)을 넘어서는 개인 커리어하이였다. 6-2까지 리드가 벌어진 3회초 2사 만루에선 막내가 해냈다. 김휘집이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 소형준을 강판시키는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린 것.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건 김휘집이 역대 19번째였다. 아울러 만19세6개월4일에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최연소 기준 5위에 오르기도 했다.

5회까지 10-3 리드. 분위기가 완전히 기운 상황에 쐐기 역시 홈런포로 박았다. 6회초 1사 1루서 박동원이 좌월 투런포를 때려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자축했고, 뒤이어 송우현이 연속타자 홈런으로 분위기를 이었다. 키움의 올 시즌 첫 번째 백투백 홈런으로 팀 사이클링 홈런 진기록이 완성됐다.

전날(4일)의 분위기를 바꿨기에 더욱 값졌다. 키움 이용규와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4일 서로간의 고함을 이유로 신경전을 펼쳤다. 벤치클리어링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된 데 이어 키움 한현희가 KT 조용호에게 몸 맞는 공을 던져 기류가 험악해졌다. 공교롭게도 키움은 이날 수비 집중력 저하로 3-12 역전패를 당했다. 분위기가 처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 화끈한 타격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감독, 단장, 메인 스폰서가 바뀌어도 키움의 상징 ‘어벤져스’는 수년간 굳건했다. 이제는 시간이 영웅들을 괴롭히고 있다. 강정호와 김하성은 팀을 떠났고 박병호와 서건창은 세월과 치열히 싸우는 중이다. 이날 전까지 팀 홈런 55개로 8위. 리그를 지배했던 홈런 군단은 소총부대가 됐다.

‘엔드 게임’이 온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의 보물 이정후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 박동원이 펄펄 나는 중이다. ‘넥벤져스’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 세월은 대신 새로운 ‘키벤져스’ 세대를 싹틔웠다. 김혜성, 김휘집, 송우현, 김병휘 등 젊은 선수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영웅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확인한 하루. 상투적 표현이지만 키움의 이날 승리는 정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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